과거 서자(庶子)는 사회적 지위나 상속 등에서 적출자에 비해 다소 차별을 받았으나 혼인자에 가까운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사생아는 간통소생자로 인식돼 서자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아예 법률 밖에 방치되었다.

올 초부터 교사해임, 학부모 시위집회, 학생등교 거부 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동명중(학교법인 명신학원)이 딱 그 사생아 꼴이다. 사학비리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미약하다며 수십 년 동안 학내분규를 방치한 결과 고름이 결국 밖으로 터진 것이다. 동명중의 학내분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사태의 뿌리는 지난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 동명중 이사인 조모씨가 가족이 경영하는 명신학원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사회 기능이 마비되는 등의 1차 분규가 벌어졌다. 2차 분규는 1993년 동명중 소유와 관련 조 이사와 동생 간 다툼으로 번졌다. 이는 동명중 형제의 난으로 불리며 대전교육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조 이사 동생이 한 때 자신이 운영했던 동명중의 사학비리를 노골적으로 담은 탄원서를 써 동부교육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때도 학생등교거부 사태가 4일 동안 이어져 교육청의 임시이사가 파견되기도 했다.

당시 임시이사 파견을 두고 대전시교육청과 명신학원이 법적공방을 벌여 3년간의 재판 끝에 관련조례 미비로 시교육청이 패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일이 선례가 돼 이후 교육청은 사립학교들에 대한 제재에 당당히 나서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이 때문에 동명중은 이후에도 법인의 비민주적 학사운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밖으로 표출하기 어려워 삼킬수 밖에 없었다고 교사들은 토로한다. 임시이사를 파견해달라는 이번 동명중 학부모들의 요청에 시교육청이 처음부터 과감히 나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시교육청이 해결의지를 보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대전시교육감 소관 행정권한 위임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10월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속에는 학교법인의 임원취임 승인취소, 임시이사 선임 등의 권한이 교육감의 권한임을 규칙에서 조례로 규정한 것. 시교육청이 26일 동명중에 처분한 임원직무집행정지와 이사회 회의소집 승인도 추가됐다. 게다가 김신호 교육감도 동명중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동명중 학생들의 고통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朴鄭植<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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