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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만사라는데…

2006-09-27기사 편집 2006-09-26 1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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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매년 서울대 합격자가 20명을 넘던 대전지역의 모고교. 교장이 바뀐 지 2년 뒤부터 명문대 진학률이 뚝 떨어졌다. 인근 중학교 수석 졸업자들과 학부모들이 이 고교 진학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성적이 꼰두박질 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인은 학교 책임자인 교장에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의가 적었고,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유능한 교사들을 장악하지 못했다.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않으니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다시 교장이 바뀌었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사례 2. 1999년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6800억엔의 적자와 2조엔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다. 8년간 계속된 적자행진은 닛산車를 침몰위기에 몰아넣었고, 직원들의 사기는 극도로 침체돼 있었다. 그때 CEO로 영입한 인물이 카를로스 곤이다. 그는 취임 1년 반만에 회사를 흑자로 바꿔 놓았다. 어떻게 기적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2만1000명을 구조조정하자 ‘도살자’, ‘코스트커터(원가삭감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그는 일을 잘한 직원들에게는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주는 당근책을 병행해 죽어가는 기업을 살려냈다.

인사는 이렇게 조직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학교와 기업 만의 일이 아니다. 인사가 국가 차원의 일이 되면 그 인사는 나라의 명운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만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청와대가 보여주고 있는 인사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은 시사하는 바 크다. 청와대가 지명한 국가독립기구의 최고 책임자들이 잇따라 중도 퇴진하는 한편으론 무리한 인사를 여전히 고집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집권 전반기부터 노골적인 ‘코드 인사’를 단행한 참여정부의 집착은 후반기로 갈수록 정도가 더하는 것 같다. 청와대와 내각 등 정부 요직은 그렇다 해도 이른바 ‘영양가’ 있는 자리는 거의 예외없이 ‘내 식구’로 채우면서 오늘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잉태했다.

그 압권은 전효숙 헌번재판소 소장 후보자와 교육부총리이다. 전 후보자는 지명을 앞두고 청와대와 ‘교감’했다는 자체만으로 헌재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게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비판에는 아예 귀를 막고 있다. 소신을 버리고 ‘코드 부총리’가 된 김신일 교육부 장관에 대한 국민 감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립성과 전문성이 강조되어야 할 자리에 정치성이 개입되는 데 거부감과 반발을 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계파 인사’에 ‘보은 인사’도 모자라 ‘돌려막기 인사’, ‘뻗대기 인사’까지 회자되는 판이다. 능력이나 전문성, 인품을 검증하지 않은 인사는 참여정부의 예에서 보듯 숱한 문제를 낳는다.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도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코드 인사의 더 큰 문제점은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적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원래 ‘시경(詩經)’에서 유래한 ‘탕평(湯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진보적 개혁을 꿈꾸면서도 보수적 변화를 추진한 정조는 붕당의 폐단을 탕평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중국에서 ‘탕평’은 이상적인 정치원칙론으로 존재했지만 정조는 이를 독자적으로 현실 정치화했다. ‘정치는 크게 중립적이고 지극히 바르게 해야한다(大中至正)’로 구체화해 정직한 정치를 구현했다. 인사는 그 매개체였다. 정조는 인사를 자신의 참모습이 투영된 거울로 인식한 건 아니었을까. 정조에게 인사는 ‘미래에 대한 투자’ 였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돼 나라의 근간마저 흔들리는 이 즈음 ‘인사는 만사’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宋信鏞<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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