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제일의 복지국가라는 북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부자나라로 수산업과 공업, 첨단산업이 주업이다. 남한의 3-4배 크기지만 인구는 고작 500만-900만 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피요르드해안, 수 만개의 섬과 호수 및 울창한 삼림 등 천혜의 자연 조건, 그리고 독특한 북유럽문화가 어우러져 세계 곳곳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한계 드러낸 복지만능주의

마침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현지 가이드는 최근 스웨덴 복지모델이 쇠퇴일로에 있다고 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복지혜택, 낮은 실업률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온 스웨덴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일까. 복지만능주의에 따른 과다한 세금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둥지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란다. 세계적 기업인 이케아나 테트라팩, 소니-에릭슨사도 다른 나라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며칠 전 끝난 스웨덴총선에서 65년 간 집권해온 좌파연합이 야당인 우파연합에 패했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 지속여부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복지보다 효율을 택한 것이다. 페르손총리의 좌파연합은 ‘복지혜택 강화’와 ‘큰 정부지속’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야당총리후보 라인펠트가 이끄는 보수당은 ‘시장 주의적 개혁’공약으로 맞섰다. 결국 국민들은 ‘대안 없는 복지증가 약속보다 온건한 개혁’을 지지했다.

좌파 집권당이 복지에 치중한 나머지 실업률증가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유권자의 외면을 당한 것이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으로 평가받아온 스웨덴 복지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스웨덴의 실업률은 6%로 유로권의 평균7.8%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부풀려진 것으로 실제는 15-20%나 된다고 한다. 실업수당의 경우 예전에 받던 급여의 80%를 준다니 누가 일 하려 하겠는가.

근로자실효세율은 25%인 부가가치세를 감안할 경우 최고 71%까지 된다고 한다. 이 같은 높은 세율은 우수두뇌와 알짜기업들을 해외로 내몬다. 이제까지 세계 최고의 복지수준을 자랑한 것은 그만큼 세금을 많이 거두었기 때문인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젠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 갔으니 복지정책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스웨덴의 쇠퇴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복지지상주의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얼마 전 정부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 2030년에는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게 골자다. 1100조원의 추가재원을 조달해 성장 동력 창출과 함께 복지지출을 늘리겠다는 장밋빛 공약이다. 이 비전의 재원은 물론 국민으로부터 걷는 세금으로 충당할 것이다.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 복지천국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무리한 복지우선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뻔하다.

일자리보다 더 좋은 복지 없다

우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에서 세계 12위였다. 2004년 인도, 2005년 브라질에 추월당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멕시코, 러시아, 호주에도 뒤지게 된다. 다른 나라가 경제성장에 온 힘을 쏟을 때 우리는 지난 3년 반 동안 성장과 분배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왔다. 복지확대를 명분으로 씀씀이만 키워왔다. 거기에 방만한 재정운용도 문제다. 복지정책이 실업률을 높이고 경제 활력을 잃게 만들고 있음을 스웨덴 사례에서 보지 않았는가.

‘스웨덴을 배우자’고 목청을 높인 게 누군가. 정부는 ‘큰 정부를 유지하면서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국민서비스를 확대제공 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이젠 스웨덴 식 복지모델을 버릴 때다. 스웨덴 좌파정권의 패배와 나눠주기 식 복지정책의 말로를 타산지석으로 삼자. 경제회생과 규제완화 등 시장 친화적 성장 중시정책으로 궤도를 빨리 수정해야할 것이다. 일자리창출보다 더 좋은 복지가 없음을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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