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이 품은 갯마을 오천항 둘러보기

천수만이 품고 있는 작은 갯마을인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

갯뻘로 이어진 충남의 다른 포구와 달리 이곳은 수심이 깊어 조선시대에 충청수영을 설치했던 군항이었다.

당시 성안에는 1700여명의 군사가 주둔하면서 문 4개, 연못 1개, 건물 40여개동이 있었으며 500여년간 금강하구에서 평택에 이르는 해안 경비를 맡았던 서해안 방어의 중심지다.

현재 1.3㎞의 성벽과 아치형 문인 홍예문, 백성들에게 구호미를 나눠줬던 진휼청만 남아 있다. 나머지 시설들은 1901년 3월 군부훈령에 의해 불태워졌다.

요새라기 보다 서원같은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홍예문과 진휼청을 지나 바다와 접한 성곽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천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선들이 가금씩 드나들 뿐 사진을 마주보는 것처럼 움직임이 없다. 그만큼 북적이지 않아 좋은 곳이다.

느린 걸음으로도 10여분이면 끝나는 짧은 산책길이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힘들이지 않고 천수만의 내해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오천항은 별도의 피항시설을 갖추지 않았다. 악천후로 출항이 금지되는 날에도 이곳 바다는 잠잠하기만 하다.

이곳 풍경의 백미는 뭐니 해도 낙조다. 오천성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차로 5분 거리인 방조제에 서서 붉을 석양을 맞으며 귀항하는 어선과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이 포인트다.

경치만 좋은 곳이 아니다. 꽃게를 비롯 오징어, 소라, 우럭, 대항 등 사계절 싱싱하고 풍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키조개는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출하하는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오천항 앞바다는 모래와 뻘이 적당히 섞여 있어 키조개가 서식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란기인 7-8월을 제외하고 제철이 따로 없어 언제든지 그 졸깃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만드는 방법도 다양해 입안이 즐겁기만 하다. 회는 기본이고, 일본에서 ‘가이바시’라 불리며 고기와 함께 구워먹기도 하는 버터 구이, 샤브샤브, 무침 등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샤브샤브를 시키면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샤브샤브 가격은 大 5만원, 中 4만원.

키조개는 양식이 불가능해 모두 자연산으로 잠수부가 20-50m 수심에서 직접 채취한다. 이른 아침에 이곳을 찾는다면 갓 잡아온 키조개를 내려놓고 관자며 꼭지를 골라내고 내장을 걸러내는 아낙들의 바쁜 일손이 만들어 내는 진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

도시에서 30㎝ 크기의 키조개를 구입하면 보통 5000-1만원이지만 이곳에서는 3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보통 1㎏, 2㎏, 4㎏ 단위로 포장된 아이스박스로 판매되며 1㎏(관자 40여개)에 3만-3만 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글/사진 宋泳勳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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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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