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김영삼), DJ(김대중)는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이었다. 집권 후에도 주요 신문사 창간 기념일에 맞춰 인터뷰 요청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국민이 궁금해 하거나 설득해야 할 일, 심지어 자식들의 문제에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인터뷰를 할 때는 발행인과 보도책임자도 함께 만나 덕담도 나눴다. 출입기자를 거명하며 ‘좋은 기사를 써 줘 고맙다’거나, ‘이런 기사는 섭섭했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때론 지인(知人)들의 안부도 묻고, 지역 민심과 관심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몇 가지 금기(?)가 있었다. 면전에서 후임 대통령에 관한 것이나 레임덕(권력누수현상), 게이트에 연루된 자식에 관한 언급은 결례처럼 되어있었다. 때문에 청와대 담당자들은 “어른(대통령)이 꺼내기 전에는 먼저 묻지 말아 달라”," 어른과 따지는 식의 논쟁은 피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중 레임덕에 대해 매우 예민했다. 레임덕 자체가 곧 실패한 대통령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퇴임일이 가까워 올수록 내 사전에는 레임덕이 없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국정 쇄신 안이라며 요직에 측근들을 앉히는 카드를 꺼내 쓰곤 했다.

-레임덕,민심이반에서 초래.

하지만 이들 레임덕은 대통령제도라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식이나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 정치야합, 편중인사, 무능, 정책실패로 인해 떠난 민심에서 초래됐다.

임기가 1년 6개월 남은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말 레임덕 운운하는 요즘 상황에 민감하다. 또 임기 말 현상에 빠졌던 YS 와 DJ를 자주 입에 올린다고 한다. ‘YS가 끝까지 업무에 전념했어도 IMF를 막았을 텐데’, ‘DJ도 막판에 너무 흔드니까 부동산과 카드정책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다’식이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 보름 전 쯤 몇몇 언론인들과 나눈 대화 내용도 이런 징후를 엿보게 한다. 사실무근이라는데도 노 대통령이 `내 임기는 끝났다. 아무도 내 말을 안듣는다`는 언급이 부풀려 회자되고 있다.

이병완 비서실장등 참모들이 `레임덕은 참여정부출범 초기부터 있었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더구나 도둑맞으려니 개도 안 짖더라는 노 대통령의 말마따나 바다이야기의혹으로 불거진 정부 불신에다, 청와대 행정관의 부적절한 처신은 레임덕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김병준, 이재용, 김완기씨 등의 코드인사논란과 유진용 전 문광부 차관의 경질파문, 당. 정. 청간 정책 갈등을 빚은 터라 설상가상이다.

레임덕(Lame Duck)이란 원래 `날개에 총을 맞아 살아있긴 해도 날지 못하는 오리`를 뜻한다. 임기마감을 앞두고 권좌에 앉아 있지만 실제로 권력 행사에 제한 받는 통치자나 그런 현상이다.

현 정권이 레임덕이냐를 물으면 입장이 다르기 마련이다. 보는 잣대가 다르고 아전인수격의 해석이 작용하는 탓이다. 청와대등 은 `천만에`를, 야당등은 `위험수위`라고 대답한다.

-국민불안없게 철저한 변화를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대개 레임덕 조짐이 현저하다는데 이의가 없는 듯하다. 과거 정권 임기 말처럼 언론의 공세가 거세지고, 여당 내 갈등이 반복되며, 공직사회의 이반현상과 게이트에 휘말린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여기에다 정국불안과 경제. 민생. 실업 등 내치(內治)는 물론, 한미 FTA체결. 북핵.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문제등 외치(外治)에서도 난제가 산적해 있다.

뒤늦게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노 대통령이 의지는 그나마 다행이다. 퇴임후 당 고문이라도 맡겠다는 노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만나 갈등해소에 나서고, 당.청간 소통을 위해 청와대에 정무조직 복원등 변화가 감지된다. 작년 이무렵 대연정 제안으로 여당내 비판이 거세자 탈당을 내비쳐 파장을 낳은 때와는 딴판이다.

노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꿀 바엔 확실히 변해야 한다. 말로만 레임덕을 경계할 것이 아니다. 2004년 4월 총선이후 4차례의 재. 보궐선거에서 왜 한 석도 얻지 못했고, 5.31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는지, 비전과 희망을 달라는 쓴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지 주목해야한다. 언론과 지식인 그룹에서는 입만 열면 노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도 귀담아 들어야한다. 임기말 국정혼란은 곧 국민과 역사의 불행이니까.<편집국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