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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바다 이야기’

2006-08-23기사 편집 2006-08-22 17: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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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못 찾고 갈등만 심화, 등대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대한민국號 승객들은 좌불안석이다. 갈길이 먼데 폭풍우는 휘몰아치고, 태풍은 거세다. 망망대해, 말 그대로 일엽편주다. 레드 오션(Red Ocean)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덮치는 데도 승객들은 싸움질에 바쁘다. 두 패로 갈려 이쪽으로 가야 한다느니, 안된다느니 하며 사생결단이다. 선장이 나서주면 좋으련만 속시원한 대답은 없다. 그러니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 경제에 대한 혼란이 커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몇 차례 선상 투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예 닻을 내리려 한 적도 있도 있다. 그런데 그때 뿐이다.

승객들이 많은 걸 요구하는 건 아니다. 최소한의 안전과 먹거리가 보장된다면 항해가 고되더라도 못견딜 이유가 없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무얼 더 바라랴. 그러나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지금은 운항 자체가 너무 아슬아슬하다. 선장은 키를 잡자마자 번듯한 선박을 만들어야 겠다며 배를 손봤다. 또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운항 규칙을 바꿨다. 선장과 친한 편에서는 그것을 4대 ‘개혁입법’이라고 불렀다. 많은 이들이 곤욕을 치렀다. 참다못한 노인들이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금은 청소년들까지 속을 썩힌다. 국내 전쟁 발발시 앞장서 싸우겠다는 응답이 12.2%에 불과하다. 일본號(41.1%), 중국號(14.4%)와 비교하며 혀를 찼지만 아이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고단하고 모진 항해였다. 참다못한 승객들이 하나 둘 배를 등졌다. 아예 바다로 몸을 던진 이가 있는가 하면, 사랑하는 가족을 다른 배에 옮겨 태운 사람도 있다. 그렇게 수많은 이들이 떠나갔고, ‘기러기 아빠’들이 생겨났다. 여전히 한국號에는 체념과 자조 섞인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까지 견뎠으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남은 승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승객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이보다 힘든 항해가 얼마나 많았느냐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만다.

그런데 희한한 일은 계속된다. 최근 선장은 ‘자존심’의 문제라며 승객들에게 추가 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멋진 특등석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데 선장은 ‘전시작전권 환수’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승객들은 반대지만 선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자주’를 누가 싫어하고, 누가 마다하겠는가. 빌붙는 게 창피스러울 수도 있지만 형편이 될 때까지는 참고 견디자는 게 많은 승객들의 생각이다. 재산세를 부담하기 힘들다면 집을 사기보다 당분간 임대 아파트에서 사는 게 나은 법이다.

언제부턴가 승객들은 선장을 ‘레임 덕(Lame Duck)’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걸음걸이가 불안해 보였다. 선장 자신이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한 적도 있다. ‘내 임기가 이제 다 끝났다. 사람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다보니 몇몇 사람들의 귓속말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남은 동안에는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전해졌다. 이제라도 마음 편히 제대로 목적지에 가려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갑자기 선장의 호통이 떨어졌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꼽아보라는 것이다.

뱃고동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등대는 없고 ‘도박 공화국’ 이정표 뿐이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승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선장 반대편에서는 벌써부터 386을 거론하며 맹공을 퍼붓는다. 민초들의 눈에도 석연찮은 구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의혹의 당사자들은 나는 아니라고들 하지만 승객의 눈초리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선장은 모든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자세를 곧추세웠다. 마침내 길고 긴 항해가 끝나는 걸까. 그러나 승객들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선장의 뒷모습이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것을.宋信鏞<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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