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등 현장답사 통해 수집ㆍ기록

집안의 화목과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 조상들이 선택한 방법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충남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안택(安宅)은 조상들의 염원을 집약한 대표적인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월초하루나 10월에 경객(經客·법사로 알려져 있음)을 초빙해 진행되는 안택은 말 그대로 ‘집안을 평안하게 하는 굿’으로 정의된다.

충남·북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전통 민간신앙과 의례를 현장답사를 통해 수집, 기록한 조사서가 책으로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최근 발간한 ‘한국의 가정신앙’ 충남편, 충북편이다. 충남편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 등 15개 시군, 충북편은 청원군을 비롯한 11개 시군을 대상으로 한다.

충청지역 가정신앙의 가장 큰 특징은 가정의 평안을 염원하는 ‘안택’의 전통. 지금까지도 충청지역에 강하게 전승되고 있는 앉은굿의 대표적 의례라고 설명한다.

특히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 열리는 정월 안택은 ‘한 해의 액을 막아낸다’는 의미의 ‘도액안택’이라한다. 그 외 지역에서는 터전에 햇곡을 받쳐 집안의 무고를 빈다는 의미로 10월 열리는 ‘무고안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안택은 법사가 의관을 갖춰 입은 뒤 북과 꽹과리를 연주하며 독경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집안 형편이 여유롭다면 매년 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년에 한 번씩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택의 대표적인 제물은 시루떡. 시루떡이 제대로 익도록 하기 위해 떡을 찌는 주부는 떡을 만들기 전 목욕재계를 하며 정성을 들여야 한다. 때문에 떡을 찌는 도중에 화장실 출입도 삼가고 있다. 찌는 도중 소변을 보면 시룻번(시루를 솥에 안칠 때 그 틈에서 김이 새지 않도록 바르는 반죽)이 터져 그 사이 헛김이 새어나와 떡이 익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떡이 익지 않고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배 부른 임신부의 출입도 철저히 금지한다. 이같은 정성을 들여 떡이 순조롭게 익으면 한 해 농사가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충청지역 민간신앙의 또다른 특징은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억울한 사연으로 죽은 조상 ‘왕신(王神)’을 섬긴다는 점이다. 왕신은 억울하게 죽거나 미혼으로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매우 까다로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집안에 왕신단지를 모실 경우 외부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들여올 때 왕신에게 먼저 바친 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왕신은 대게 단지나 항아리에 쌀을 넣은 형태로 집 뒤안이나 장독대 뒤쪽에 모신다. 하지만 만일 왕신을 더 이상 모시지 않을 경우, 갓 시집 온 새색시에게 없애게 해야 한다. 새색시가 시집올 때 왕신단지를 없애면 왕신은 더 이상 못살겠다고 해 그냥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또 이 책은 충청지역의 전통 신앙 대상에는 집터의 주인인 ‘지신’, 집안의 최고 신령 ‘성주’, 부엌신인 ‘조왕(竈王)’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삼신’, 자손의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 등의 전통을 조사했다. 이밖에 이 책은 풍년과 가내 평안을 기원, 주부가 직접 주관하는 ‘정월떡’, ‘가을떡’ 의례, 추석 무렵에 열리는 햇곡천신 풍어, 해상에서의 무사고를 염원하는 ‘뱃고사’ 등의 의례를 기록하고 있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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