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다와 계곡으로 여름 피서를 다녀왔다면 아이들과 함께 선조의 얼과 숨결, 지혜가 살아있는 고택을 둘러보며 여름방학을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

조선의 선비정신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한옥, 윤증고택(尹拯故宅)이 적격이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윤증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인 명재 윤증(尹拯·1629-1714) 선생이 말년을 보내던 300년 된 옛집이다.

1709년에 건립한 고택은 조선시대 상류 양반가정의 표본 주택이란 평가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한옥의 전통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햇살 아래 선명하게 드러나는 고운 한지와 문살은 남루하지도 호사스럽지도 않은 선비의 기풍이 담긴 한옥의 멋을 자랑한다.

사랑채 왼편으로 중문을 들어서면 안채가 있고 안채 서편으로는 곳간채가, 사랑채 뒤쪽으로는 사당채가 자리하고 있다.

안채는 ‘ㄷ자’형, 나머지는 ‘ㅁ자’형으로 된 목조단층 건물에 안채는 포근하고 사랑채는 밝고 좋은 전망을 갖추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가 있으며 밝고 아늑한 이 곳은 구석구석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집이다.

그야말로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모든 한옥에 있는 솟을대문이 없고 향교와 담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윤증고택 만의 특징이다.

19세기 노론이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소론의 학풍을 이어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윤증 선생의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솟을대문이 없어졌다는 것.

솟을대문이 없는 까닭에 사랑채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일품이다.

북쪽 벽을 제외하면 세 면이 전부 문이어서 서쪽 문을 열면 향교가 남쪽 문을 열면 연못이 내려다 보인다.

사랑채에서 보이는 마당 앞 소나무와 배롱나무, 향교와 사랑채 사이에 있는 연못을 바라보는 경관은 편안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고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는 사랑채에 앉아 맑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사랑방 아랫목에서 뒷방으로 이어지는 샛장지문은 전국 유일의 미닫이와 여닫이 겸용 문이다.

안채에서 들여오는 상이 작으면 미닫이문만 열고 큰 상을 들여올 때는 미닫이를 연 후 문을 통째로 잡아당기면 여닫이 문으로 사용할 수 있고 통째로 떼어 방 한가운데 칸막이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일사량과 습도, 바람의 양까지 고려한 가옥 배치 등 안채와 곳간에서 엿볼 수 있는 과학적인 구조 또한 실용성을 강조한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선시대 바깥출입이 없던 아낙을 위해 부엌에 서면 안채처마와 고간채 처마 사이로 노성산 옥녀봉이, 담장 너머로 연못이 한 눈에 보이게 했으며 안채 마루에서는 동쪽 안채의 방을 통과해 사랑방을 엿볼 수도 있는 신기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윤증고택의 진정한 매력은 아직까지 후손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집안 구석구석이 잘 가꿔져 있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윤증고택 만의 매력이 스며들어 있다.

예약을 한 뒤 고택을 방문하면 명재 선생의 학문이나 고택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백련차와 고택에서 재배한 구절초차를 시음해 볼 수 있다.

하룻밤을 묵으며 고택의 아름다움과 멋을 느끼고자 한다면 사랑채 방을 유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사랑채 큰사랑방(8만원, 5-7명), 작은사랑방(6만원, 4-6명), 안사랑방(6만원, 4-6명), 별채(9만원)가 있으며 취사는 별채만 가능하다.

매월 있는 사물놀이 공연과 다례, 승마, 도예체험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은 즐길 수도 있다.

윤증고택 홈페이지(www.yunjeung.com)에서 예약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論山=李永敏·兪善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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