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영화 ‘괴물’(감독 봉준호)이 무더위 속에 흥행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개봉 12일 만에 전국 620개 스크린에서 7백만 명을 돌파했다. 또 600만고지 역시 지금까지 최단기간 기록인 ‘태극기 휘날리고’의 17일 보다 엿새 빠른 11일 만에 올라섰다. 전에 볼 수 없는 기록들이다. 이 페이스라면 한국최고기록 ‘왕의 남자’(이준익감독) 1230만 명 돌파도 가능하고, 영화사상 불후의 1500만 명이상 대기록도 나옴직하다.

영화 ‘괴물’ 흥행신기록 눈앞

필자는 개봉 이틀째인 7월 마지막 주말 이 영화를 봤다. 첫 상영인 아침 8시 프로였다. 전날 예매를 위해 전화해보니 모든 시간대가 매진됐고, 이 시간대만 표가 겨우 3장 남아있었다. ‘괴물’은 한마디로 재미있게 만든 작품이다. 이야기를 좇다보면 2시간동안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전개가 빠르고 극적인 긴박감이 넘쳐흐른다. CG(컴퓨터그래픽)도 ‘킹콩’ ‘고질라’ ‘쥬라기공원’ 등 헐리우드 대작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영화 ‘괴물’은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가족들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한국적 특수성을 가미한 가족이야기이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평화로운 한강 둔치에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한강에서 장사하는 주인공 강두(송강호)는 괴물의 습격으로 중학생 외동딸 현서(고아성)가 납치당한다.

괴물은 미군기지에서 버린 독극물 때문에 기형적으로 태어난 거대 동물이다. 용산 미군부대의 영안실에서 미국인의 지시로 포름알데히드가 다량 배출되면서 괴물이 배태되고, 괴물과 맞싸우던 미군병사가 사망한다. 여기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미국정부가 개입케 된다. 영화의 서두는 환경문제와 함께 반미적 시각으로 시작돼 정치성을 띤다. 그러나 모티브만 따 냈을 뿐 정치적 색채는 엷어 보수 관객들을 안도케 한다.

죽은 줄 알았던 현서가 괴물의 거처에 살아있음을 휴대폰으로 알게 된 아버지와 할아버지, 삼촌, 고모 등 네 식구는 필사의 구출작전에 나선다. 정부에 구원을 요청하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자 결국 가족들이 나서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 무기라고 해봤자 휴대폰과 화염병밖에 없는 나약한 가족들이 딸과 조카, 손녀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진한 가족애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곳곳서 드러나는 코믹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공권력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괴물이 둔치에 나타나 인명을 살상할 때 공권력은 무력하기만하다. 현서 아버지 강두와 미군 한명만이 괴물과 맞서고 있을 뿐이다. 영화 ‘괴물’은 한국사회의 현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점거시위로 국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에도 손을 못 쓰는 게 우리 정부다. 불법과 폭력에 무력하기만한 공권력은 이 영화에서도 똑 같다.

흥행대박 빌미 쿼터폐지 안돼

‘괴물’의 흥행요소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무능한 정부와 공권력을 통렬히 풍자했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을 터다. 둘째 이제까지 우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에서 괴물을 제대로 형상화해 실물효과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셋째, 중학생 딸을 구하려는 가족들의 피나는 노력 등 뜨거운 가족애가 관객에게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열연도 빼 놓을 수 없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은 이 영화의 대박으로 자칫 한미 FTA에서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폐지가 다시 강력하게 제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 두 영화가 대박을 터뜨렸다 해서 쿼터를 폐지해선 안 된다. 한국영화 90%이상이 제작비도 못 건지는 현실에서 스크린쿼터제는 당분간 존속해야 옳다. 그것이 우리 영화를 반석위에 올려놓는 길이다. `왕의 남자`나 `괴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쿼터제 때문임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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