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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회생’ 가까운데 있다

2006-08-09기사 편집 2006-08-08 17: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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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일여고가 지난 대학입시에서 서울대학교에만 13명을 합격시키면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합격증이 인생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시대도 아니고 전국의 인문계여고 중 최다라지만 13명이라는 합격생 숫자가 대단해보이지도 않는데 왜 그랬을까. 이 학교가 가진 여건과 독특한 교육방식을 보면 ‘공교육 회생비결’이 먼 데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구도심에 있는 이 학교는 신도심 학교들보다 중학교성적 상위권학생을 30%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다고 한다. 대전처럼 우수학생 확보율에서 신도심 학교들보다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또 학부모 상당수가 개인과외는커녕 학원조차 보내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라고 한다. ‘돈이 자녀를 가르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이 학교 교사들로부터 시작된다.

첫째 진학지도의 초점을 수시 특기자전형에 맞췄다. 문학에 소질 있는 학생은 문학특기자전형을, 수학 우등생에게는 수학특기자전형을 준비시키는 식이다. 둘째 선배 입시파일 활용이다.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면접·논술·수능을 준비하면서 느낀 노하우를 적어놓은 파일을 후배들이 활용토록 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했다. 셋째 1학년부터 수준별 이동수업과 수업방법 공개를 통해 교사들 간에 수업경쟁을 유도한 것이다. 같은 과목이라도 학생 능력과 성적에 맞는 수업을 듣도록 하고 교사들은 수업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개경쟁을 한다.

필자는 세 번째 특징에 눈길이 더 간다. 이런 식이라면 중하위권 학생들도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음으로써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진다. 중하위권 학생이 이런 환경 속에 있으면 개인의지에 따라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자신감이 배양되는 효과도 뒤따른다. 전국 대다수 교실에서 20-30% 학생만 수업진도를 따라갈 뿐 나머지는 방치상태인 현실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가 아닌 논산 대건고도 비슷한 특징을 가진 학교다. 1학년부터 수학은 3단계, 영어는 8단계로 나눠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한다. 수업효율을 위해 교사들이 직접 프린트물을 만들어 나눠주고 전 과목에 토론식 수업방식을 도입했다. 이렇듯 수업방식을 바꾸면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사라지고 자기 능력에 따라 공부를 ‘즐기며’ 한다는 것이다. 신입생 중 수도권출신 학생이 30%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대전과 충남북지역에서 대건고를 제외하고는 이렇듯 과감한 방식으로 수업하는 인문계고교가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다수 교사들은 이런 방식을 당연히 기피한다. 교사들의 수업량과 준비시간이 2-3배 늘어나게 되며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인성지도도 해야 하고 교육청 등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가 철인이냐”고 반발할 게 뻔하다.

대구 경일여고나 논산 대건고 교사들도 처음엔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장의 꾸준한 설득에 결국 교사들이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빛나는 성과를 내게 됐다. 매사 처음이 어렵지, 어려운 일도 반복하면 손에 익게 된다. 그리고 만족할 성과가 뒤따르니 교사들도 신명나기 마련이다. 대전과 충남북에서도 이런 학교, 이런 교사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학교 차원에서 안 한다면 교육청에서 나서줬으면 한다.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윗물인 교육청에서 먼저 나서 좋은 결과를 보는 곳도 있다. 지난 2000년 취임한 설동근 교육감이 이끄는 부산교육이 이에 해당된다. 교육부조차 “부산교육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할 정도다. 대전과 충남북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안 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특히 김신호 신임교육감이 방아쇠를 당겼으면 한다. 대전교육이 부산교육처럼만 된다면 29개월 후 그의 연임은 보장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말썽(?)을 일으킨 조직의 힘으로가 아니라 열화 같은 학부모들의 성원으로 말이다. <류용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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