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어떤 도시인가? 개인적으로 대전은 나에게 매력적인 도시이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어린이도서관, 집사람이 좋아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도시가 갖추어야 할 문화인프라는 갖추고 있으면서 서울만큼 복잡하고 환경이 오염되어 있지는 않다. 대전은 교통도 좋다. 대전에서 생활한 후에는 전국 어느 지역도 3시간 이내면 갈 수 있다. 문화관광부 축제 자문을 비롯해 출장을 자주 다니는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전이 어떠한 도시인지 명확하게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대전의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It’s Daejeon’이라는 문구는 익숙하지만 특별히 대전의 특정이미지를 연상시키지는 않는다. 대전은 레저, 관광, 문화매력물과 시설들도 다양하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일년 내내 다양한 공연이 계속되고 다양한 박물관, 엑스포과학공원, 역사유적지, 계룡산을 비롯한 명산들, 한밭문화제를 비롯한 축제들과 같이 많은 할거리와 볼거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전이 어떠한 도시인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왠지 무엇인가가 부족한 듯한 찝찝한 느낌이다.

1990년대 중반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각 지자체들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수익사업들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각 지자체에서 브랜드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지역을 명소화하고 명소화된 지역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마케팅, 이른바 도시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는 지역이 늘고 있고 일부 지역은 성공사례로 등장하고 있다. 경남 고성은 ‘공룡나라’라는 브랜드를 개발하여 전 지역을 공룡의 나라와 같은 분위기로 연출하고 있고 전남 함평은 ‘나비’ 브랜드로 생태도시로서 이미지를 확보하고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까운 충남에 있는 부여는 ‘굿뜨래’ 브랜드를 개발하여 올해 6월에는 굿뜨래 수박축제도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역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지역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드라마세트장을 제공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드라마마케팅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에 종영된 ‘서동요’는 부여에서 70억원 정도를 투자하여 세트장을 제공하였고 요즘 인기있는 역사드라마인 ‘주몽’은 전남 나주에서, ‘연개소문’은 충북 단양 등지에서 세트장을 제공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전이 보다 나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개성(個性)있는 대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관계에서 개성있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듯이 개성있고 특색있는 도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대전은 도시의 개성을 발굴해야 하고 발굴된 대전의 개성을 중심으로 한 도시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해야지 대전이 한단계 업그레이된 삶의 공간이 될 것이다. 대전의 브랜드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서 신중하게, 하지만 빠르게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전 브랜드와 관련하여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대전의 개성은 ‘첨단과학의 도시’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의 특구사업인 ‘대덕 R&D 특구’를 비롯하여 대덕연구단지, 1993년의 대전엑스포 등 대전을 가장 많이 떠올릴 수 있는 소재이다. 대전의 이미지를 가장 많이 연상할 수 있는 소재인 첨단과학을 활용하여 첨단과학 관광의 도시, 영상의 도시, 레저의 도시, 문화의 도시로 연출한다면 홍보 측면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전의 첨단과학연구 인프라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독특한 대전의 도시개성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을 활용하여 대덕연구단지의 성과물을 일반인들에게 재미있고 알기 쉽게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첨단과학체험공간을 엑스포과학공원내에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립중앙과학관과 꿈돌이랜드에서 개최하는 ‘견우·직녀 과학축제’도 올해 새롭게 시도하는 과학축제이다. 기존의 ‘대전엑스포사이언스’도 대폭 재구성하여 첨단과학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하여 대전을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대전의 정체성을 찾는 일은 대전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박근수<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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