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문화권 개발사업 실태

지난 11일 충남도가 개최한 여성언론인 간담회에서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지금까지 추진한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은 아무것도 없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지사는 이날 백제문화권 개발사업과 내포문화권 개발사업 등 충남도가 추진·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게 끌어 온 대규모 사업이 “계획만으로 도민을 현혹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도가 최근 발표한 금강권 개발마저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혀 충남도가 떠안고 있는 각종 미해결 사업들이 대폭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13년간 끌어 온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의 실태와 사업 부진을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을 살펴본다.<南尙賢 기자>

◇특급호텔 하나 없는 관광지

이지사가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 지적한 것은 예산 확보. 지난 94년 시작돼 올해로 13년이 돼가는 개발사업은 국비 확보가 계획대로 반영되지 않은데다 제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추진으로 각종 사업의 백지화, 축소를 낳았다. 이지사는 이와 관련, 민자유치가 계획과는 달리 전혀 진척이 없었다는 점을 들며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업 중 일부인 백제재현단지 내 일부 시설또한 민자로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거의 전무했다. 관광 사업의 핵심인 호텔 및 컨벤션센터, 종합상가 등의 사업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지사가 간담회에서 “관광과 역사가 핵심이 되는 백제권 개발사업에는 특급 호텔 조차 한 곳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한 것도 미미한 민자확보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은 지난 3월 현재 불과 55%의 진척을 보였다. 그 중 가시적 성과를 거둔 사업은 올 3월 개관한 백제역사문화관 정도. 발굴과 학술연구로 밝혀진 백제 문화를 재현해 놓은 문화관은 1일 1000명 가량의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같은 성과가 지속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역사 활용 방안에 고심

“백제가 충청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 실적은 백제문화권 개발사업의 타당성에 논란을 제공했다. 하지만 역사전문가들은 백제 역사의 고증, 그 활용 여부에 성공 이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백제문화 활성화, 활용방안은 지역 대학 내 관련학과와 문화재 기관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하지만 콘텐츠 개발, 디지털화 등 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움직임과는 큰 차별은 보이고 있지 않다. 충남발전연구원이 21일 ‘부여 세계역사엑스포 개최를 위한 역사문화 엑스포 전문가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백제역사재현단지 성공적인 조성과 관리운영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다.

강종원 충남역사문화원 연구위원은 “백제 역사·문화는 시대적으로 오래되고 관련자료가 부족해 자원활용에는 많은 제약이 있으며 상품화 할 경우 현실감이 없고 조잡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천자료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와 함께 현대적 시각에서의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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