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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야당답게 변신하라

2006-07-13기사 편집 2006-07-12 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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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나라당을 두고 ‘4년 11개월을 이기고도 딱 한달을 져서 대권(大權)을 뺏기는 당’이라고 비꼰다. 여당에겐 그 반대다. 선거마다 번번이 참패해도 ‘딱 한달을 이겨서 정권을 잡는 당’이라고 일컫는다.

지난 1997년 김대중씨가 이회창씨와의 대선(大選) 초 박빙 구도에서 집권한 후 이를 더욱 실감했다. 국민의 정부 5년간 각종 스캔들로, 툭하면 특별검사갈등에 휩싸였고, 교육·경제 등 일관성 없는 정책과 퍼주기다 뭐다 해서 민심이 바닥이었다. 이때 한나라당은 5년 내내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을 눌렀다.

-야당 정체성회복이 시급

한나라당은 이처럼 매번 이겼어도 2002년 대선에서는 패했다.

당시 재도전에 나선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휩쓸었고, 외신까지도 이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여당 내 경선부터 파란을 일으킨 노무현 후보에게 쓴잔을 마셨다. 그 후 한나라당을 ‘4년 11개월만 이기는 당’으로 부른다.

내년 12월에도 18대 대선이 치러진다. 상황은 과거 두 차례의 대선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짐도 엇비슷하다. 대선 분위기와 여권내 개헌론이 뜬금없이 부상하고, 정치냉소현상이 심각하다는 점도 흡사하다.

식상한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 후보군에 거론되는 꼴이나, 현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 집권당의 민심이반, 경제 불안, 한반도 갈등, 그리고 선거마다 한나라당의 압승기류도 과거와 닮았다.

한나라당이 엊그제 전당대회를 열어 강재섭 대표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는 내년 대선과 다음해 18대 총선까지 123석의 야당총수로서 막강한 당권을 행사하게 됐다. 그런 만큼 그에겐 슬기롭게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집권 세력의 독주를 견제할 ‘야당다운 야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에서부터 집권 성공까지 책무가 막중하다.

5·31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이 대선으로 이어진다는 셈법은 큰 착오다. 지난 2002년 6월 지방선거때 이기고도 그해 대선에서의 패배가 이를 입증한다. 이번도 집권층이 싫어서 한나라당에 표가 몰렸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때문에 여당 못잖게 민심을 정확히 읽고 무사와 안일, 수구와 구태를 벗는 자기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국민만을 향한 정치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야당인지 뭔지 어정쩡한 노선 때문에 헷갈리게 할 게 아니다.

의석수 부족을 핑계로 소홀히 했던 집권층의 감시와 견제를 우선시하되 국민을 위해 과감히 나서는 야당 본연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먼저다. 그게 정권을 창출하는 일보다 앞서야 하고, 그럴 때만이 배척당한 정치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상대 자책골만 기다려선 안돼

또 하나, 한나라당의 결속여부는 집권을 위한 선결 과제다.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여부에 따라 당이 전진과 후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은 보스정치, 줄 세우기 정치로의 구태로 재현될 소지까지 낳고 있다. 또한 후보 간 전력시비와 색깔 논쟁, 지역주의까지 불붙었고 대선 주자와의 친소(親疎)흐름으로 균열까지 불러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은 새 지도부의 몫이다. 당이 결속하여 뜻을 이루느냐, 아니면 계파간 분열하여 과거처럼 실패로 가느냐는 그들이 하기 달렸다. 무엇보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로 상징되는 대권주자들의 후보경선 관리가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 대리전에서 과감히 벗어나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 운영이 필요하다. 후보 결정 과정은 당의 결속여부와 맥이 닿고 이는 곧 1년 7개월 남은 청와대를 향한 대도(大道)와 직결된다.

시대정신에 맞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새 지도부의 구성원 면면이 강성 보수색채를 띤다는 우려가 이런 요구로 이어진다. 수구꼴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합리적인 민생정책정당으로 대변신이 시급하다. 그것이 제1야당으로서의 국정에 대한 책임이자 도리이다. 집권층의 인기추락에 따른 반사이익만 챙기려 한다면 역사와 민심의 단죄가 뒤따를 뿐이다. 집권층이 허둥댈 때 야당만이라도 정책 대안으로 국민을 받들어야 한다. 상대의 자책골을 기다리다가 좌절했던 과거의 경험을 새겨, 낮은 목소리로 민심에 다가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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