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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의사가 앞장서야

2006-07-12기사 편집 2006-07-11 13: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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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가 우리말로 바뀐 지 10년이 되었다. 이제까지 의료계에서 사용되어온 용어들은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우리말로 소리나는 대로 바꾼 것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다.

옛 의사들은 한자를 필수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의학용어를 쓰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나, 지금의 한글세대는 뜻도 모르고 무조건 외워서 앵무새처럼 말하다 보니, 결국은 영어단어 외워 쓰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한자가 갖는 의미도 모른 채 의사들간의 대화와 환자와의 대화에 사용하는 이상한 용어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이들 용어는 한자로 표기해도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사람들조차도 글자 배열의 차이와 간체자 사용의 확대 등으로 알아보지 못하는 용어이다. 말은 분명 우리말인데 환자들이 모르는 우리말, 더 이상 국적불명의 이상한 의학용어를 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몸을 살펴보자. 우리 몸은 머리·목·가슴·배·등·팔과 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아듣는다. 이것을 의사들이 쓰는 용어로 말하면 ‘인체는 두부·경부·흉부·복부·배부·상지와 하지로 구성된다’라고 해야 한다. 한자를 배운 사람도 좀 생각해 봐야 이해할 용어가 있을 것이다. 가슴을 살펴보자. 어깨가 맨 위에 있고, 앞으로는 어깨로부터 복장뼈가 있는 곳까지 빗장뼈가 가로로 놓여 있다. 등에는 세모난 어깨뼈가 있고, 가쪽에서는 갈비뼈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렇게 말하면 모두 알아듣고 맞는다고 하거나 그동안 어렴풋이 알았던 뼈이름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옛 용어로 말해보자. ‘견부가 맨 위에 있고, 전면에는 견부로부터 흉골이 있는 곳까지 쇄골이 가로로 놓여 있다. 배부에는 세모난 견갑골이 있고, 외측면을 보면 늑골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자를 배운 사람도 한참을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쉬운 우리말로 의학용어를 다 바꿔 놓은 지가 10년이 된 것이다.

법률용어가 어렵다고 우리말로 바꾸고 건축, 토목용어가 어렵다고 우리말로 바꿔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 용어는 실생활에 의학용어처럼 그렇게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의학용어는 우리 몸의 각 구조물을 일컫는 이름(용어)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이렇게 쉬운 우리말 의학용어를 쓰지 않는 것일까? 쉬운 것을 가볍게 생각하지나 않는지 걱정이다. 환자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쉬운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여 환자가 부담없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설명해 주면 환자는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고 그렇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일이고 또한 바람직한 환자-의사관계일 것이다.

일부는 개정된 쉬운 우리말이 더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하고, 또는 더 어렵다고도 한다. 처음 쓰는 것은 무엇이든 어색하고 어려운 것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우리말 쓰기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의학계가 새 용어를 만든 지가 10년이 넘었고 의료계에서라도 쉬운 우리말을 쓰자고 정부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의사국가시험에 우리말 용어로 출제를 하고 있다.

더욱 갑갑한 것은 의사들은 쉬운 우리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의사의 환자 진료업무를 보좌하는 간호사, 의료기사들이 아직도 옛 용어를 고집하고 있는 현실이다. 환자의 진료와 관계하는 그 누구도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의 정통성, 고유성을 내세우면서, 잘못 만들어진 그리고 우리 민족의 혼이 깃들여 있지 않은 옛 용어를 더 이상 고집하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이렇게 쉬운 일부터 의사가 앞장선다면, 세계에 몇 안되는 정말 훌륭한 우리말을 지키고 또 선양하는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원식<충남대의대 교수·해부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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