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이용석 학예연구사 논문서 밝혀

풍수는 우리 역사에서 도읍과 취락, 묘역 등의 입지 선정 뿐 아니라 한민족의 자연·공간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풍수적 관점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는 어떠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천도론’까지 제기된 행정수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으로 결정됐지만 그 후속 조치로 나온 행정도시와 예정 지역으로 선정된 충남·연기공주 일대를 놓고도 유명 풍수전문가들의 입장은 분분했다. 현재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회는 풍수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선정, 여러 분야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행정도시 예정 지역에 대한 풍수의 역할과 행정도시 계획과 구상에서 풍수적 개념이 어떠한 방향으로 적용됐는지를 규명한 논문이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 이용석 학예연구사의 ‘도시 입지선정 과정에서의 풍수적 해석과 구상-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중심으로’이다.

이학예연구사는 논문에서 “2005년 11월 도시개념 국제공보를 통해 등장한 행정도시의 구조는 일반적 도시구조의 개념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기 때문에 행정도시 기본 틀 설정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며 “행정도시의 상징성과 대표성의 문제 등으로 인해 주산(主산)의 위치와 개념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통적 풍수 명당 개념에 따르면 마을은 조산(祖산)을 배경으로 한 주산과 조산(朝山)을 뒤로 둔 안산(案山) 내에 배치돼 있으며 양 옆으로 좌청룡, 우백호의 역할을 하는 산들로 둘러싸여야 한다.

이에 따라 연기군 남면 원수산이나 전월산 등 행정도시 한복판의 산이 주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원수산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진 남면 고정리의 국사봉을 주산으로 하고 전월산을 안산으로 삼되 공공청사, 컨벤션센터 등 도심 주요 시설을 국사봉에 가까운 남면 종촌, 송담리와 장기면 당암리 일대 국도 1호선 주변에 배치하게됐다고 밝혔다.

특히 논문은 복합도시 예정지역 중 연기군 남면 양화리 가학동과 금남면 반곡리 등 두 곳을 풍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원수산을 주산으로 마주하고 있는 가학동의 경우 마을 전후좌우를 형성하는 사신사(四神砂 명당 주변을 둘러싼 산줄기)를 고르게 갖춘 곳으로 파악했다. 또 가학동 안쪽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들은 마을 가운데 느티나무 동산 앞서 합쳐져 가학천을 이뤄 마을을 돌아 좁은 수구를 향해 빠져나가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수구가 크게 트여 있지 않고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마을 향한 곳이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학예사는 가학동은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고 안온한 거주공간 필요로 했던 조선시대 양반계층의 전형적 입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는 세 방향 산줄기가 마을을 감싸고는 있지만 수구(水口)를 향한 전방이 지나치게 트여 있어 허전함을 느낄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괴화산을 주산으로 해 마주하는 조산(朝山)으로 삼을 수 있는 노적산이 있는 반면 안산(案山)으로 삼을 만한 산이 없아 아쉽다는 것. 하지만 둥근 소반의 모습과 같다고 이름지어진 반곡리는 넓게 펼쳐진 들에서 소반을 두고 둘러앉은 마을 사람들을 먹여 살린 기름진 옥토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논문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이 11일 오전 10시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하는 ‘동아시아의 풍수’국제학술심포지움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윤홍기 교수(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풍수지리설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예비 고찰’,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의 ‘한국 풍수사상의 개요와 역사성’ 등이 발표된다. 또 와타나베 요시오 일본 동경도립대 교수, 시부야 시즈아키 일본 중부대 교수, 청젠쥔 중국 화남이공대학 교수, 왕치헝 중국 텐진대학 교수 등 한·중·일 세나라 풍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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