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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 그린 한폭의 수묵화

2006-07-08 기사
편집 2006-07-07 10: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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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⑥ 분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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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익은 듯하다. 천상 만들다 만 그릇이다. 생김새도 촌스럽다. 촌스러워서 아름다운 그릇이 바로 분청사기다. 표면에 손을 대면 밀가루 같은 화장토가 묻을것 처럼 거칠다. 문양은 대담하고 사실적이기 보다 추상에 가깝다.

최순우선생은 생전에 이런 문양을 가리켜 ‘근대성을 띠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우리 도자기중 ‘촌티 미학’의 표본이 분청사기 일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촌스러워서 아름답고, 못생겨서 오히려 잘 생긴 도자기, 도공의 치기어린 익살을 느낄 수 있는 그릇이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의 정수다.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의 준말이다. 고려청자에 분으로 화장을 시킨 후 구워낸 자기다. 청자는 고려의 쇠락과 함께 몰락을 했다. 도공들의 솜씨도 거칠어지고 반죽한 흙에 모래가 섞이고 문양도 제멋대로 였다. 한마디로 수준이하의 자기가 생성된 것이다.

그러나 쇠퇴한 청자는 분청사기라는 신제품에 자리를 물려주고 퇴장을 한 것이다.

거친 솜씨, 대담하면서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양은 신선감을 주었다. 아무렇게 만든듯 한 투박함, 말끔하기 보다는 어리숙한 형태는 서민적인 미를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고려청자를 귀족적, 분청사기는 서민적이라고 말한다.

분청의 아름다움의 요체는 띄어난 장식성, 대담한 과장과 생략, 어눌한 생김새, 추상화 같은 치기어린 문양등으로 집약된다.

분청의 거친 표면이 장식적인 효과를 낸다. 거칠고, 서툴고, 마무리가 안된 듯 하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표면이 삼베처럼 까칠까칠 하다. 마치 만지면 하얀 흙가루가 묻을것 같다. 뭔가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의 아름다움이 분청의 미적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모양도 좌우 대칭은 애시 당초 무시돼 있다. 기교와 세련미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조금 기울어진 듯하고, 부정형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예쁘게 생겨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못 생겨서 더 아름다운 그릇이 분청이다.

문양 또 한 대범하다. 새나 물고기는 간단하게 윤곽선만 그리고 모란은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 꽃 같다. 잡초인 듯한 초문(草文 ), 자연스러움 귀얄 자국, 다양한 인화문은 조선 도공의 조형 역량의 결정체들이다. 문양들이 과장되고 생략돼 있지만 전혀 어색하지가 않고 오히려 순진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특히 장난치듯 감흥에 젖어 긁적거린 추상문양은 현대 추상미술을 조롱할 정도로 멋과 미와 품격을 갖추고 있다.

15세기 초부터 발달한 분청은 조선 최고의 문예 부흥기였던 세종 때 절정을 이루다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도공들이 무더기로 납치돼 분청사기 시대도 막을 내렸다.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卞祥燮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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