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 이치로(小泉純一 郞)일본총리가 엊그제 9월 말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졸업여행(?)에 나섰다. 캐나다ㆍ미국 방문 길에 오른 것이다. 미국방문은 2001년 취임이후 이번이 7번째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방문일정을 짜 놓았다 한다. 대통령전용기에 그를 탑승시키고 프레슬리 생가인 테네시 주 멤피스에 간다니 이런 칙사 대접이 어디 있을까 싶다.

日공무원 줄이는데 韓國늘려

한국과 중국정상이 받아보지 못한 대접이다. 한마디로 美ㆍ日간의 밀월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증(例證)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부러우면서도 착잡하다. 최근 한미관계가 가장 가까운 우방에서 점점 멀어지는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미국을 상전 모시듯 하는 고이즈미지만, 한국에는 기분 나쁜 존재다. 그동안 걸핏하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우겨 우리 국민들의 신경을 건드려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과도 센카쿠열도 문제로 사이가 벌어지는 등 아시아에서는 고립을 자초하는 독선적 행태로 비판 받아왔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의 인기는 꽤나 높은 것 같다. 장기불황에 빠진 경제를 살렸고, 행정개혁추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취임 전 약속들을 퇴임 전에 완결시키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고이즈미가 철 밥통인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조직을 슬림화한 것을 그의 가장 큰 치적이라고 생각한다.

33만 명인 국가공무원 수를 5년 간 5% 감축하고 GDP에서 공무원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1.7%에서 10년 안에 절반으로 낮추는 계획이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취임 당시 1府, 22省廳에서 1부 12성청으로, 중앙정부 국(局)단위 조직을 128개에서 96개, 과 단위조직을 1166개에서 997개로 줄였다. ‘젊은 인재들이 경쟁 없는 공무원사회로 대거 몰려 국가 인적 자원분배를 왜곡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처지는 어떤가.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여 동안 공무원이 2만7천여 명 늘어나 국민세금 1조2000여억 원으로 이들의 월급을 지급해왔다. 장ㆍ차관자리도 전 정부의 127개에서 148개로 늘었다. 기관들이 377차례나 직제를 개정해 각종기구와 직제를 만든 결과다. 이로 인한 적자누적과 세금부과로 국민 부담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무원 숫자가 문제 아니고 얼마나 일 잘하느냐가 문제’라고 호도해왔다.

그리하여 지금 공무원사회 진입을 위한 젊은이들의 고시열풍은 지나칠 정도로 뜨겁다. 결혼 상대자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철 밥통사회 일원인 공무원이라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이래선 안 된다. 우리도 일본처럼 대대적인 공무원감축과 정부예산절감에 나서야한다. 정부조직을 과감하게 축소해 선진국들처럼 작은 정부 만들기에 나설 때다. 이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대전ㆍ충남 등 지방정부도 최근 공무원 수가 많이 늘었다.

선진국처럼 작고 강한 정부를

대전은 5년 전보다 15%이상 증가했고 충남도 12% 정도 늘었다.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은 경북의 어느 市처럼 결원이 생기면 충원을 않는 방법으로 감축해야한다. 그렇지 않고는 빚을 줄일 수 없고 건전한 재정운용을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경제는 최근 금리상승, 원화강세, 고유가 등으로 주요경제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더 어려워질 우려마저 없지 않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공무원감축은 꼭 필요하다.

이제 노무현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20개월 정도로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앞으로 과거사청산이나 양극화해소 등에 지나치게 몰두할일이 아니라 공무원 수를 줄여 ‘작고 강한 정부 만들기’에 힘썼으면 좋겠다. 마침 청와대가 임기 말까지 비서실인력을 20% 감원한다고 밝혀 귀가 번쩍 뜨인다. 청와대슬림화 정책이 정부조직으로 이어지고, 고이즈미의 공공개혁을 벤치마킹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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