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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갈라테이아 탄생? 안드로이드

2006-06-26기사 편집 2006-06-25 13: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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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러스의 왕이자 조각가인 피그말리온.

그는 자신의 조각 솜씨를 발휘하여 상아로 세상의 그 어떤 여성보다도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여느 때처럼 갈라테이아를 어루만지고 있는데, 몸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피그말리온의 마음을 헤아린 여신 아프로디테가 상아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조각상이 눈부신 여인으로 변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다.

키 160cm, 몸무게 50kg의 체격에 한국 고유의 미인형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탄생한 것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이 1년간 연구 끝에 공개한,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 ‘에버원(Ever-1)’이 그 주인공이다.

‘에버원’의 눈에는 영상 인식용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눈동자를 움직여 눈을 맞출 수 있다. 또 입술, 눈, 안면 근육을 움직여 슬프거나 기쁜 표정을 지을 수도 있고, 팔 동작 역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실리콘으로 된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외피는 사람 피부와 비슷한 느낌이 들고 어색하긴 했지만 영락없는 사람이었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로 된 400개의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고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지능(?)을 갖췄다.

현대판 갈라테이아인 셈이다.

사실 인간을 닮은 인조인간(Android) 연구의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2003년에 탄생한 ‘액트로이드(Actroid)’가 벌써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면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활발한 성격의 24세 여성 아나운서를 모델로 만들어진 ‘액트로이드’는 키 170cm, 몸무게 100kg의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걷지는 못하지만 어깨, 팔, 손목 등 각종 관절을 사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인다. 특수 실리콘 고무를 이용해 얼굴 표정까지 사람과 흡사하게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에버원’과 비슷하다.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4개국 언어를 구사하며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액트로이드’는 아이치 엑스포에서는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안내데스크를 지켜 호평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진화를 거듭해 유료(?)로 사회를 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갈라테이아처럼 ‘완벽한 여인’이 등장할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품이 소형화되고, 제어기술이 많이 발전 했다고는 하지만 우선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 내는 게 아직까지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굴 표정은 인간 동작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인간처럼 온몸을 움직이고 두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섬세한 모터와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리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개발한 ‘아시모’는 두발로 걷는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신장 120cm, 몸무게 43kg인 ‘아시모’는 계단이나 경사면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음성명령을 알아듣고 간단한 인사말과 대화도 가능할 정도다.

로봇에 지능을 부여하는 일은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 로봇연구소 한스 모리벡 박사는 2050년이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속도로 컴퓨터 지능이 발전한다면 2010년쯤 도마뱀 수준(5,000MIPS)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등장하고, 2020년까지는 문고리를 잡는 등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한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생쥐(10만MIPS) 정도의 지능, 2030년까지는 원숭이(5백만MIPS)만큼 머리가 좋은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완벽한 ‘갈라테이아’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인조인간 연구에 환호하지만, 그 때쯤이면 지금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쟁처럼 인조인간 연구에 대한 논쟁이 생겨날 지도 모를 일이다.

유상연<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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