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예술공간’ 리모델링

건물의 리모델링은 신축만큼이나 까다로운 작업이다. 대전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 건물은 대전 근대 건축 양식을 간직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건축이 지닌 조형미를 온전히 복원하는 방안부터 마련돼야 한다. 특히 근대문화재 리모델링 작업은 문화재적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쓰임새를 살려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업이다.

▲훼손된 부분 보수 우선

대전시는 이 건물을 미술작가들의 창작 스튜디오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창작 스튜디오 외에도 작가들이 거주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고 단순한 전시장으로 사용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총 예산 1억8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은 한계가 있으며 각 용도별 소요 비용 또한 천차만별이다. 시가 특정 용도로 확정했다고 해서 예산 범위내에서 얼마나 가능한 지는 아직 조사된 바 없는 상태다. 특히 리모델링 비용 중 상당부분은 건물 보수, 원형 복구를 위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이 지난 해 말 펴낸 기록화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은 구성적 측면에서 공간보존이 잘 되고 있는 상태였지만 48년가량을 지나오면서 원형 훼손과 변형 과정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 1999년 관리원의 대전시 구검찰청사 이전 후 상당기간 빈공간을 남아있으면서 유지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건물 건립당시 다양한 디자인의 루버를 설치해 조절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지붕판과 굴뚝 접합 부위 등도 보수가 필요하다. 또 알루미늄창호가 훼손돼 창 여닫기조차 어려운 상태인데다 단열이 되지 않아 유리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밖에 건물 도색과 바탕처리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저한 시공 위한 사전준비

등록문화재의 시행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지만 이처럼 문화예술공간으로 구조를 바꾸는 경우는 지금껏 없었다. 문화재를 온전히 보존하면서 문화공간으로 변모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건물의 리모델링은 이례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가 6월 중 구상하고 있는 토론회가 건축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미술 작가와 지역민 등 이 곳을 향유할 대상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리모델링 방향을 정하는 연구용역과 설계 용역을 각기 분리하는 방향도 고려될 수 있다. 리모델링 방향을 정하는 용역은 우선 건물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고 각계층의 여론을 수렴, 이를 실제 건축에 적용할 수 있을 지 여부를 판단, 건축적으로 최대한 실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이는 실제 리모델링이 이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평가 할 수 있는 기준도 제시하고 있어야 한다. 보수 또는 리모델링 작업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 3D로 제시하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사전에 철저하게 예상하고 이에 따라 실제 건축할 수 있는 준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필원 교수(한남대 건축학과)는 “대전 건축의 역사를 담은 대전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의 리모델링은 건축 복원, 활용 방향, 예산 배분의 문제 등의 사안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상태에서 신중하게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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