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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탄저균을 잡아라

2006-05-29기사 편집 2006-05-28 16: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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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7년 몽골군은 흑해연안 도시 카파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던 몽골군은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에서 흑사병(페스트)으로 죽은 시신을 끌어 모았다.

흉측하게 썩은 시신을 돌 대신 노포에 담아 적진을 향해 날렸다. 단지 유럽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 였다. 유럽인들은 몽골군의 야만적인 시신 공격을 받자 그 시신들을 수거하여 한적한 곳에 갖다 버렸다.

진짜 사건은 그 뒤에 발생했다. 시신 속을 드나들던 쥐와 쥐벼룩이 페스트균에 감염됐다. 쥐들은 사람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녔고, 쥐벼룩에 물린 사람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사람들이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다가 며칠 만에 죽어버렸다. 원인 모를 재앙은 급속히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불과 몇 년 만에 중세 유럽 인구의 1/3가량인 약 2500만명이 흑사병에 걸려 죽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 사건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세계 최초의 생물학전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페스트나 천연두균의 위력을 알게 되자, 영국인들은 미국 대륙에서 원주민을 쫓아낼 때 면역력이 없는 인디언들에게 천연두를 전염시켰다.

2차 대전 당시에는 페스트균 등의 생물학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이 전쟁포로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탄저균, 천연두균, 페스트균의 경우 미량만 상수원 혹은 인구밀집 지역에 상공에 살포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생물 무기는 테러의 목적에 손쉽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생물 무기는 탐지하기 어렵고 일단 살포되면 방어하는 방법이 거의 없다. 설사 생물학 무기가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살포 현장에서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일정 기간의 잠복기가 지난 후 노출되었던 사람들에게 발병한다.

유일한 대책은 백신을 미리 맞는 것 뿐이다. 하지만 탄저균 백신의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고, 천연두는 1980년에 근절된 것으로 보고 있어 더 이상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유전공학기술의 발전은 생물 무기에 대해 더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실제로 호주의 한 민간 연구소에서 과학자들이 유해동물 증식을 막기 위해 피임백신을 연구하던 중 면역체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치사율 100%의 '죽음의 바이러스'를 우연히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국내의 한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생명체를 유포하는 ‘생물학테러’를 탐지해 낼 수 있는 정찰차량, ‘아바디스’를 개발해 화제다.

정찰차량에는 공기수집기·생물학탐지기·유전자식별기가 탑재되어 있는데, 의심지역에서 생물학작용제를 수집, 오염여부를 탐지하고 사용된 생물학작용제 종류까지 식별해 낸다.

회사측에 따르면 유전자분석기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30여종의 생물무기를 비롯해 총 생 96개에 달하는 미생물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돼 있다고 한다. ‘아바디스’를 활용하면 생물 무기 뿐만 아니라 웬만한 유해한 세균들이 있는 지를 판별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탐지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전자가 변형된 생물학 무기는 중세 유럽을 황폐화시켰던 페스트나 천연두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전 세계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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