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에 나갈 국가대표팀 엔트리 23명이 결정되고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본격 훈련에 들어갔다. 32개 독일월드컵 진출국 모두 최종 엔트리 발표를 완료했다는 소식이고 평가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야흐로 4년만의 월드컵 시즌이 본격화된 셈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4년 전 못지않은 성적을 거둘지 여부에 쏠리면서 범국민적인 응원 열기가 서서히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아드보카트 감독의 ‘냉철하면서도 비정한’ 면이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노출돼 화제다. 최종 엔트리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지난 11일 ‘탈락한 선수들에게 전할 메시지는 없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그들이 왜 실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실력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것이 축구이며 인생”이라는 싸늘한 대답만이 나왔을 뿐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비쳐진 그의 이미지는 온화하고 재치 있는 유머와 농담이 충만한, 친밀한 외국인감독이었다. 상인(商人)의 나라 네덜란드 사람다운 치밀한 계산의 결과이겠지만 히딩크와는 좀 다른 스타일의 축구지도자는 아닐까라는 짐작이 철저하게 잘못된 것임을 한 순간에 보여준 셈이다. 사실 그는 ‘전원공격 전원수비’로 이해되는 토털사커(전방위 축구)의 창시자 고(故)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수제자이고, 네덜란드 국가대표 감독 시절 기라성 같은 세계적 선수들을 기량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차 없이 잘라냈던 이력을 감안한다면 하나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아무튼 그는 이 말로 첫 경기가 열리기까지 또다시 베스트 일레븐(11)을 향한 치열한 경쟁만이 남아 있음을 그는 예고했다.

국가대표 엔트리 23명 대부분은 뽑힐 만한 선수가 뽑힌, 대체로 잘 선발됐다는 평이지만 축구팬들의 우려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포(4)백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가 수비수로 선발됐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몸무게가 90㎏에 가깝고 최근 눈에 띄게 떨어지는 기량을 보인 이운재 선수가 골키퍼로 들어가 많은 논란이 나오는 실정이다. “경험과 균형을 중시했다”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특히 골키퍼에 대한 논란은 정기동 골키퍼코치의 한마디 말로 재점화된 양상이다.

정 코치는 23명의 선수가 NFC에 입소하던 지난 14일 “부상이 없는 한 이운재가 주전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질문에 우회적으로 답변한다는 게 실명을 언급하며 이런 대답이 나온 것 같다. 사실 많은 축구팬들도 정 코치와 같은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언급은 히딩크 감독 이후 확립된 것으로 여겨지는 선수선발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국민들은 23명 전체는 물론이고 골키퍼도 3명의 선수가 정당하고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거쳐 주전이 결정되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럴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언급에 대해 아드보카트 감독이나 핌 베어벡 수석코치의 적절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훈련과 네 번의 평가전을 통해 ‘냉철하면서도 비정한’ 선택을 하겠다고.

시야를 돌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이제는 선진적인 축구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에도 눈을 뜨는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2002년에는 히딩크 감독의 입과 손끝만 따라가는 데만 온 신경이 쏠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변에 많은 유소년축구클럽이 만들어지고 있고 K리그 팀도 14개로 늘어났다. N리그(옛 K2리그)와의 업다운(리그 승강) 제도도입이 언급되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다. 여기에 K리그 프로축구팀들이 스타마케팅 등을 통해 관중을 늘리는 한편 수익을 창출해 간다면 우리의 축구 인프라는 더욱 탄탄해지고 넓어질 것이다. 이렇게 해를 거듭해 발전하면 유럽이나 남미의 스타급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20년쯤 뒤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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