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의 함성을 잊을 수 없다. 그 때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붉은 악마였고 태극전사들은 놀라운 체력과 팀워크로 월드컵 4강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의 눈과 귀는 다시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 월드컵 축구대회 때마다 온 국민의 관심과 분위기는 언제나 고조됐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지난 대회의 환희와 감동의 순간들을 다시 한 번 재현하고 싶은 강렬한 희망과 염원 때문일 것이다.

오늘 최종 엔트리 23명 발표

아드보카트호(號)가 ‘월드컵의 바다’로 가슴 벅찬 항해를 시작한다. 오늘 `AGAIN 2002`를 기치로 내건 한국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되면서 대장정의 막이 오르는 것이다. 2002년 4강 주역들과 청소년 대표를 갓 벗어난 신예들을 적절하게 배합, 경험과 패기의 조화가 역대 어느 월드컵 대표보다 뛰어난 최강팀이다. 특히 박지성, 이영표등 해외파와 국내파의 절묘한 조합이 기대된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함께 G조에 속해 대진 운 역시 나쁘지 않다. 골 결정력이 좋은 이동국선수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전화위복의 팀 구성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2년 월드컵이후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나름의 색깔을 입혀 분위기를 쇄신했다. 그는 최적의 전술과 시스템을 찾는 다양한 실험으로 독일에서 선보일 기본 틀을 완성해 왔다. 대표팀은 그의 감독 취임 후 가진 평가전에서 8승 2무 3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드보카트는 최근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 기대도 대단하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93%가 한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대한민국은 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4무 10패라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2002년 국민들의 바람은 월드컵 첫 승, 나아가 16강이었다. 그러나 명장 히딩크의 지휘 아래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월드컵 출전 48년 만에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미국엔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예선 마지막 상대인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누르고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또 대전경기에서 거짓말 같은 역전승으로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 스페인을 격침시키며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표보다 더 큰 수확은 국민들이 보여준 새로운 모습이었다. 종교, 이념, 정치, 지역 등의 이질성이 “대~한민국” 이라는 외침 속에 마술처럼 녹아들어서 하나가 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기는 축제문화의 정착과 눈부신 질서의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2002 월드컵을 결산하며 “한·일 월드컵 이후 세계인의 마음속에 남은 이미지는 축구경기가 아니라 축구에 열광하는 한국인들일 것” 이라며 “폭력도 난동도 없이, 오로지 기쁨과 열광과 질서만이 존재했던 축구판 벨벳혁명(무혈혁명)이었다” 고 평가하기도 했다.

화합과 화해의 계기 삼아야

2002년의 신화를 재현하고자 하는 염원은 비단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국민의 단합된 힘, 성숙한 시민의식,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면모를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가 몇 위를 차지하느냐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태극전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해 한마당 ‘축제’가 되게 하는 것 역시 더없이 소중하다. 독일 월드컵이 우리 국가를 긍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화합과 화해의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