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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의 소회(所懷)

2006-05-08기사 편집 2006-05-07 14: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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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린이날이 다가올 때쯤이면 나 어릴적 다녔던 초등학교의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 수다 떨던 친구들의 얼굴들이 떠오르곤 한다.

내 어릴적 다니던 학교는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학교 수업을 끝마치고 해가 뉘엿뉘엿 서산자락으로 넘어가도록, 굴뚝에서 모락모락 하얀 연기 피어나도록, 어머니의 ‘○○야~~ 밥, 먹어라’ 소리가 들려오도록 우리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뛰고 뒹굴고 땀 먼지 흠뻑 적시며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가도록 놀았다. 그래서일까? 내 기억속의 학교 운동장은 항상 어린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했고 활기에 차 있었으며 생기가 넘쳐흘렀으며 뭔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혹, 요즘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의 교정을 찾은 적이 있는가? 너무도 조용하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학교수업이 끝난 봄의 교정은 아이들의 기다림을 목말라하는 그네와 시소들, 철봉과 긴 의자, 커다란 입을 벌리고 아이들의 발소리만을 기다리는 축구대만이 덩그마니 놓여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5월 5일은 1923년 방정환(方定煥)·마해송(馬海松)·윤극영(尹克榮) 등이 주축이 된 <색동회>가 어린이날로 정한 후 해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치르고 있다. ‘아동복지법’, ‘어린이 헌장’ 등 어린이의 권리와 복지, 바람직한 성장상(成長像)을 제시하는 등 사회전체가 이를 지켜주고, 축하하여 주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고 수많은 행사들을 개최하며 어린이들과 이날을 축하하고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선물과 행사들 소식 뒤로 여전히 남아있는 집단따돌림, 학교폭력,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등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사회적 문제들이 넘쳐나고 있다. 급속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아이들의 진정한 유아기와 아동기가 사라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진정 우리사회,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방정환 선생의 묘비에는 동심여선(童心如仙)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한다. 또한 색동회 회원들은 사인여천(事人如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린이도 인격적 존재라고 생각했고, 어린이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이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아이들을 잘 모시고 보살피는 일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하였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 말아야한다. 어린이들이 잃어 가고 있는 그들의 운동장을 온전히 그들의 것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그들에게 그네와 시소의 온전한 주인이요, 덩그마한 입을 벌리고 서 있는 축구골대에 와글와글 몰려들어 힘겨룰 수 있는 주인공의 자유를 주어야만 한다. 햇살이 까맣게 타들어갈 때까지 그들이 온전한 터줏대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은 아닐는지 생각할 때이다. 유재룡<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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