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 제정된지 84년째가 됐다. 어린이 날을 맞아 각 자치단체 및 사회단체들마다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어린이들을 초청해

박물관을 구경시켜주고 동물원등을 관람시켜 주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이날 만큼은 자녀들을 위한 하루를 보낸다. 인파에 떠밀리고 교통체증으로 도로에서 반나절을 보낼지라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유원지나 놀이터, 각종 공연장등을 찾는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어린이날은 말그대로 어린이들의 잔칫날이었다. 학교에서는 운동회나 학예회가 벌어지고 모처럼 사촌들이나 친구들과의 나들이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면서 어린이 날에 가족들끼리 모임을 갖는 풍토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사촌들간의 왕래도 줄어들어 만날 기회가 사라지고 있으며 1인 자녀 가정이 많아 지면서 또래끼리 어울릴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아직은 행사장에 어린이들이 넘쳐나지만 이대로 가다간 몇년 안가서 어린이가 부족해 어린이 날 행사를 제대로 치루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이같은 상황은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청소년 통계’에서도 잘나타난다. 18세 이하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65년 51.23%였으나 2006년엔 23%로 40년 전에 비해 무려 27.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가 가임기간 동안 몇명의 자녀를 낳는가를 나타내 주는 합계출산율도 저 출산율의 확산을 증명해준다. 합계출산율은 60년대 6.0이었던 것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83년에는 인구대체 수준인 2.1에 도달했고, 2004년에는 1.16으로 매우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청소년 인구가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간 2020년이 되면 청소년 인구가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통계 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다.

또다른 재미난 내용은 요보호아동이 전년 대비 0.3%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형별로는 2004년에 비해 ‘비행가출 부랑아’, ‘빈곤·실직·학대 등 기타’ 등은 증가를 보인 반면, ‘기아’ ‘미혼모 아동’ 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핵가족화의 급증으로 청소년들은 방과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비행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부모들의 실직으로 인해 빈곤이 찾아오고 정신적·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부모들은 자녀 학대까지 일삼는 일이 증가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줄어들고 비행이 늘어나는등 부정적인면이 증가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이 각종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대전시도 임산부· 영유아 건강검진사업 확대, 임산부 영양제 공급등을 실시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불임부부지원, 산모· 신생아 도우미 지원등을 새롭게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들의 시행으로 인해 출산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교육등 제반여건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 1명을 더 낳을 경우 몇십만원의 돈을 주겠다는 식의 발상은 ‘언발에 오줌 눟기’ 같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자녀 1명을 더 낳게 되면 1인당 1년에 몇천만원이 들어 갈수도 있는 사교육환경 속에서는 애를 낳느니 혼자서 즐기다가 인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이 더 앞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린이 날에 초대할 어린이가 모자랄 수 있는 상황이 오도록 방치 할 순 없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없어지도록 하는 교육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2세 출산이 갖는 의미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가임적령기에 있는 부부들이 자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계몽활동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20년뒤에도 지금같이 풍성한 어린이 날 잔치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다. 宋光錫 <행정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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