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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터리에 바이러스를 키워볼까?

2006-05-01기사 편집 2006-04-30 13: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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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노트북, 캠코더 등 휴대형 전자·정보기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져서 소형화되고 고급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부품의 크기와 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기를 동작시키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지원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췄더라도 강력한 힘을 내면서도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전지가 없다면 그 기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충전과 방전의 반복을 통해 연속사용이 가능한 화학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전지 중 반복해 충전해 쓸 수 있는 이차전지로는 납축전지, 니켈카드뮴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계열 전지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단연 리튬이온 전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100% 방전과 충전을 반복해야 성능이 유지되는 다른 전지들과는 달리 수시로 충전하여 사용하여도 거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도 방전이 잘 되지 않고 소형화, 고성능화 되는 디지털 기기에 꼭 필요한 특성인 것이다.

리튬이온 전지라고 부르는 것은 음극(-)은 탄소로 만들었지만 양극(+)은 리튬산화물질로 만들었다.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극의 리튬이온이 (-)극의 탄소격자 속으로 들어 가면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때 리튬이온 전지는 니켈-카드늄 전지와는 달리, 양극의 극판에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지의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같은 리튬이온 전지라도 극판을 어떤 재질로 쓰는가에 따라 제작비용이나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도시바에서 탄소대신 금속 극판을 채용해 1분만에 전지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는 이차전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리튬이온전지 전극을 만드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미국 MIT 박사과정의 남기태씨 등 MIT 연구팀은 나노 크기의 ‘M13’이라는 미세한 바이러스를 유전적 조작을 통해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무기물 전극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M13의 유전자를 조작해 표면에 코발트와 잘 결합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그런 다음 이 바이러스를 코발트가 포함된 물에 넣었다. 바이러스는 DNA와 단백질로 이뤄진 생체로 전기적으로 음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양성(+)을 띄고 있는 코발트 이온과 쉽게 결합을 하게 된다.

이 상태로 녹이 슬도록 하면 금속 산화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나노막대 형태로 전환시킨 후 전지의 전극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전극을 만들면 기존 전지 배터리 용량을 3배가량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코발트화합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섭씨 500-700도의 고온이 필요하고,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을 배출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MIT연구팀의 연구는 제조 공정을 상온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는데다 연구에 쓰인 M13이라는 바이러스와 코발트 산화물 제조 공정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보다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초경량 고효율의 전지 전극을 제조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특별히 이번 연구에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주장하면서도 Sony, Sanyo, A&TB(도시바합작) 등이 만든 베어셀을 수입해 케이스를 입혀 리튬이온 전지를 만들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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