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父子대전 중앙고 김천재 선수-김용성씨

“너무 기특하지요. 나는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한 번도 받지 못했는데 아들이 대신해주니 너무 대견합니다.”

지난 26일 제40회 대통령배 배구대회에서 남고부 우승을 차지한 대전중앙고 김천재 선수와 부친인 김용성 대전배구협회 전무(대덕고 교사)를 27일 오후 중앙고 체육관에서 만났다.

현장에서 직접 응원하고 돌아온 김 전무는 아직까지 우승 당시의 흥분이 남아있었고 김천재 선수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매치포인트를 기록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부자(父子)가 배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학교 선후배지간이라면 보통 인연(因緣)이 아니다.

김 전무는 79년(당시 충남상고) 고등학교 선수(라이트공격수)였고 아들인 김천재는 27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뒤를 이어 코트를 지휘하는 세터로 학교의 명예를 높이고 있다.

초등학교(유성초) 4학년 때 유재광 감독(현 유성초 교감), 최성호 코치(현 유성초 감독)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한 김천재는 당시에는 아버지가 배구선수 출신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5학년이 되서야 아버지가 유명한 배구선수였다는 것을 안 김천재는 어깨가 으쓱했다. 이 때부터 부자간의 배구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천재는 키가 190cm의 장신세터로 박준범-이태원과 함께 중앙고를 이끄는 트로이카다. 하지만 경기를 읽는 눈과 두뇌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배구경기에서 세터의 역할은 경기력의 70-80%를 좌우하기 때문에 김 전무는 항상 아들에게 침착할 것을 주문한다.

이번 대회 8강전에서 송민고와 시소게임을 할 때도, 4강에서 영생고와 접전을 벌일 때도 결승전에서 문일고와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때도 응원석에는 어김없이 든든한 후원자인 아버지가 있었다.

김천재는 “아빠가 배구선수였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모니터링도 같이 하고 고민거리도 터놓고 나누는 선배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대회를 앞두고 천재가 발목부상을 당했지만 아픈 것을 참고 끝까지 뛰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하고 원대한 꿈을 이루려면 참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선배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 전무는 “세터는 끼가 많아야 하고 센스도 뛰어나야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경기를 더 치르고 기량을 꾸준히 연마한다면 국가대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글·사진 申鎭鎬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