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주 미국 서부텍사스 산 중질유 값은 사상최고인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사상 최고인 65달러를 넘어섰다. 머지않아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파이넨셜타임즈는 미국 알라스카의 원유저장시설이 테러 공격을 받을 경우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10년 안에 15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중국, 자원외교에 국운 걸었다

73-74년도의 1차, 78-79년도의 2차에 이어 제 3차 오일쇼크가 임박하고 있음인가. 왜 이같이 유가가 급등하는 걸까. 한마디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달리는 수급불안 때문이다. 이란의 핵문제와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나이제리아의 내정불안으로 인한 공급차질이 겹치면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구 10억이 넘는 중국 인도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한정된 원유자원의 고갈 등도 원인이다.

지구상의 석유매장량은 1750억 톤, 천연가스는 171 억 입방미터에 불과해 장차 40년과 60년 후면 완전 소진된다. 세계는 지금 이 한정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최근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이 선두에 나서고 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중국은 지난해 미국 9위의 정유회사인 유노칼을 인수하려 했다.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려 가면서 매입하려 한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가 지난주 미국에 이어 사우디 등 중동과 나이제리아 등 아프리카방문에 나선 것도 석유와 광물 등 자원외교 때문이다. 이에 맞서 고이즈미 일본총리도 28일부터 아프리카순방에 나설 계획이라 한다. 미국은 일찌감치 자원 확보 전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이라크침공도 원유확보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세계는 바야흐로 석유확보전쟁 중이며, 경제대국의 뿌리는 에너지가 좌우할 것이다.

앞으로 에너지를 확보하지 않고 경제발전을 이룩할 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계나 사회분위기는 여전히 태평성대(?)다. 정부는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지 둔감해 보인다. 정치권역시 5.31지방선거에만 신경 쓰고 유가급등에 따른 걱정의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산유국을 대상으로 한 자원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없다. 이 정도 기름값이면 감내 할 수 있다는 얘기인지 그저 조용하기만하다.

그 흔한 차량 10부제 운행 및 호화 네온사인이나 찜질 방 영업시간규제 등도 아직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때문인가. 유가급등에도 불구 정부는 경기회복세가 반짝하다가 다시 가라앉는 더블 딥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환율하락과 유가폭등이 겹쳐 경기하강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출에 제동이 걸리고 물가급등과 소비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유가폭등에도 태평성대

한국은 세계 4대 원유수입국이고 6대 석유소비국이다.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 총수입액은 전체 수입액의 25%로 667억 달러다. 자체개발해서 공급하는 석유자주개발 율은 불과 3%정도다. 11%의 일본이나 18%의 중국에 훨씬 뒤진다. 국내산업의 에너지효율성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해외유전개발과 함께 ‘저소비 고효율에너지 경제체제’를 하루 빨리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과 풍력, 조력발전, 하이브리드차 개발, 수소에너지 제조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써야 한다. 가장 확실한 대안은 뭐니 뭐니 해도 원자력발전건설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일본 등이 원자력발전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라. ‘역사는 잉크대신 석유로 쓰여 진다’ 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은 세계역사를 석유로 쓰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젠 우리도 대통령이 나서 에너지문제를 직접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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