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 일상에 스며있는 예술감각

조상들은 일상에서 민화와 장식병풍을 어떻게 사용하고 감상했을까.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의 ‘민화와 장식병풍’ 특별전은 공간마다 각기 다른 작품들로 삶을 풍요롭게 했던 선조들의 예술적 감각을 확인하는 자리다. 박물관이 2002년 이후 집중적으로 수집한 소장품 가운데 40건 270여 점의 민화와 장식병풍을 엄선했고 전시 공간은 사랑채, 안채, 마루로 이어지는 일상 공간처럼 꾸몄다.

남성공간인 사랑방에는 방을 장식하거나 윤리의 규범, 산중 은거의 효과를 주기 위한 그림들로 꾸며졌다. 책을 비롯한 골동품, 문방구, 진귀한 수입품 등을 그린 문방도와 유교적 덕목의 ‘효·제·충·신·예·의·염·치’ 등 여덟 글자를 화려하게 꾸민 문자도는 당시 문인생활의 일면을 보여준다.

또 중국의 유명한 절경을 그린 소상팔경도, 우리나라의 자연을 그린 금강산도, 관동팔경도 등은 방안에 자연경치를 만듦으로써 그 안에 살고 있는 듯한 효과를 주기도 했다.

이에 반해 여성공간인 안방에는 자손의 번창과 가정의 화목을 소망하는 주제들이 표현된 그림이 놓였다. 그 중 꽃과 새를 그리거나 자수를 놓아 꾸민 화조도,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노니는 어해도 등은 자연의 조화 및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고, 화목한 가정을 연상케 해 부인 방에 널리 사용됐다.

풍성하고 탐스럽게 표현한 모란은 부귀, 연꽃·석류·물고기는 다산을 상징하며, 암수 한 쌍으로 그려진 새는 금슬 좋은 부부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혼례나 회갑, 제례 등 특별한 날을 위한 병풍도 다수 선보인다.

혼례에는 행복과 부를 상징하는 모란병풍을 포함 여러 아이들이 노는 광경을 그린 백동자도, 요지연도 등이 널리 쓰였다. 이들은 원래 왕실이나 관아에서 사용되던 길상화가 수·복 등의 길상적 상징이 강조되면서 민간의 각종 행사에 사용된 것이다. 또 회갑에 사용된 백수백복도나 곽분양향락도 등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는 장식병풍도 감상할 수 있다. 상·제례 때 사용된 문양 없는 소병풍이나 사당을 대신한 그림, 글씨 병풍 등 유교문화를 반영한 작품도 내놓았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계속된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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