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뉴욕까지 두 시간 만에 갈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해질 것이다. 지난 2004년 미국이 태평양 상공에서 X-43A라는 이름의 극초음속기가 10초 동안이기는 하지만 마하(마하 1은 초속 약 340m) 9.6의 속도로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X-43A에는 스크램제트라는 엔진이 부착돼 있었는데, 이 엔진은 이론적으로 마하 약 15(시속 1만80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륙과 상승비행 30분, 하강비행과 착륙 30분, 그리고 그 사이 고도 약 40km에서의 순항비행 1시간을 포함해 지구 어느 곳에도 2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현재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최소 시속 8000km,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때 발사하는 로켓은 시속 2만9000km의 속도를 갖고 있다.

통상 지구 대기권 내에서 비행 속도가 마하 4 이상인 고속비행을 극초음속 비행이라고 말한다. 현재 극초음속을 내는 비행체는 대부분 로켓엔진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스크램제트 엔진은 대기권에서 산소를 흡입해서 산화제로 쓴다. 기존의 로켓에서 산소통을 없앤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크램제트 엔진의 기본 형태는 ‘깔때기’ 모양이다. 넓은 입구에서 들어온 공기는 1500-1700℃의 고온 고압축된 공기가 마하 5정도의 속도로 연소실로 흘러 들어간다.

이 공기는 연소실에서 분사되는 수소연료나 탄화수소연료를 자연적으로 점화시켜 지속적으로 연소하게 만든다. 배기가스는 좁은 연소실에서 다시 넓은 엔진 후반부로 가면서 팽창되는데, 그 결과 강력한 추력(推力)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스크램제트 엔진은 기존 대형 여객기에 쓰이는 터보제트엔진에 비해 약 100배 정도의 추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반면, 기계적인 압축기와 터빈이 필요없으므로 엔진이 매우 간단해진다.

또 공기날개가 돌지 않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도 대폭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로켓엔진과 비교를 해도 산소통이 없어 무게가 가벼워지므로 비행속도가 더 빨라지고 발사비용도 저렴해진다.

이러한 형태의 스크램제트 엔진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됐는데 아직까지는 민수용보다는 군사용의 성격이 강하다.

즉 미 공군은 전진 기지의 도움 없이 지구상에 어떤 목표라도 가능한 가장 짧은 시간에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스크램제트 실용화에 나서고 있다.

우주 발사체로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비행장에서부터 출발해 고도 약 60km 정도까지는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하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하고 대기권 밖에서는 기존의 로켓 엔진을 이용 한다면, 산소통이 작아지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비용을 지금의 1/10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민수용으로 이용된다면 보잉이나 에어버스와는 전혀 다른 항공기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스크램제트엔진이 민간 항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군수나 우주선용으로 실용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초음속으로 흐르는 공기에 연료를 분사, 혼합해 안정적으로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축적이 필요하다.

또 약 3000℃ 정도의 고온을 몇 시간 동안 견딜 수 있는 재료가 개발돼야 엔진을 만들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스크램 제트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비행기가 실용화되려면 아직도 30-4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미리 낙담할 필요는 없다. 1940년대에 제트 엔진이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때 대다수 사람들이 제트엔진은 너무 환상적이어서 기껏해야 군용기에나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년이 채 안돼 747기를 하늘로 올려놓은 성과를 거뒀다.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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