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덜 내뿜고 어디 연료비 적게 드는 자동차 어디 없나?

환경규제는 날로 심해지고 석유값이 급등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가솔린차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나 연료전지 자동차가 이상적인 모델로 꼽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전기를 충전해서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를 가볍게 만드는 기술인데, 가볍고 충전 잘되는 배터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무한 자원인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얻어 차를 움직이자는 연료전지 자동차 역시 전지의 크기나 효율성 때문에 향후 20~30년 정도가 지나야 경제성이 생길 전망이다.

이런 틈바구니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하이브리드 카’(Hybrid Car)다.

잡종(하이브리드)란 말이 내포하듯, 하이브리드카는 두 가지 이상의 동력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하는데, 주로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사용한다. 출발할 때나 도심에서 저속주행을 할 때는 전기모터로 움직이고, 고속주행 시에는 휘발유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환경오염도 줄이고 연료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도요타 배기량 1500cc 급 ‘프리우스’(Prius)의 연비는 1ℓ에 15~30㎞에 달해, 똑같은 연료를 쓰는 보통 중형차보다 2~3배는 더 달릴 수 있다. 반면 유해 가스 배출량은 1/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연 등 대기 오염 규제가 까다로운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카의 보급이 급격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교통기술국’(OTT)에 따르면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는 2030년부터 생산이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반면 서서히 커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10년 전체의 24%를 차지하게 되고 2030년에는 거의 50% 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새롭게 열리는 황금시장의 선두주자는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은 도요타 자동차다.

‘시빅(Civic)’과 ‘인사이트(Insight)’를 내놓은 혼다에 이어 닛산 역시 ‘티노’라는 브랜드로 토요타에 맞불을 놓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빅3’로 대변되는 미국 자동차 업계도 다급해졌다. 포드는 자사의 인기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종인 ‘이스케이프’의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곧 출시하고 GM은 조만간 100만대 양산 체제를 갖추고 다양한 차종의 하이브리드카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일본 업체들이 선수를 치자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세계 6대 자동차 대국인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본에 비해 많이 늦었다. 지난 2004년 10월초 모사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50대를 환경부에 공급한 것이 시초다. 1리터당 주행 거리가 16.8km를 달리는 하이브리드차는 현재 시판 중인 가솔린 모델(1리터당 12km)보다 4.8km를 더 달릴 수 있다. 아직 효율로 따지자면 도요타에 비해 떨어지지만,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에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보급되기가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일반 차량보다 가격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도요다 역시 일본정부의 노골적인 지원 덕택에 하이브리드의 선두를 지켜나가고 있다. 정부가 250만엔짜리 프리우스를 사는 고객에게 27만엔을 직접 지원해주고, 제조업체에는 42만엔을 별도로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출발이 늦었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자동차 메이커들이 협력해서 달려야 한다. 아날로그시대에는 뒤쳐졌지만, 디지털 시대에 앞서가는 IT산업의 역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도 씌여지기를 바란다.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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