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 위에 건축된 중앙데파트를 철거하고 일대를 친환경적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대전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미 몇 해 전 3대 하천 생태화 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추진기획단을 발족했으며 지난 20일엔 중앙데파트 철거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이제 중기재정계획 수립과 시의회 심의, 예산확보 등 행정절차를 거치면 철거 자체는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중앙데파트를 철거는 시작에 불과하다. 인근에 위치한 홍명상가 철거와 소유주 및 세입자에 대한 보상을 비롯한 생계대책 수립과 인근 지역 연계 개발, 진정한 생태하천 복원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홍명상가는 중앙데파트와는 해결방안에 있어 성격이 다르다. 중앙데파트 건물은 소유주가 한 사람이기 때문에 철거에 따른 합의와 보상 등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홍명상가는 300여개의 점포가 개별적으로 등기가 난 상태다. 소유주가 각각 다르고, 여기에 세입자까지 생계 대책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보상과 이주단지 조성 등에 따른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상에 따른 막대한 재원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상황설명도 필요하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는 태생부터 한계와 모순을 안고 있다. 30년도 더 지난 옛날일이라지만 당시 충남도와 대전시는 시민의 재산인 대전천에 대형 상가를 허가했음에도 기부채납 등 향후 귀속문제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상 구조물에 대한 귀속은 명시되어 있지만 그 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 부분이다. 요즘의 잣대라면 공용 하천에 대규모 공작물을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엄청난 특혜다. 아무리 개발시대의 논리를 적용한다 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럼에도 충남도와 대전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진실 규명 노력과 제대로 된 대 시민 사과는 없었다. 때문에 두 건물 철거에 따른 막대한 보상금은 고스란히 시민의 혈세로 충당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행정의 부주의로 인해 시민들만 등허리가 휘어지게 된 것이다. 복원 사업 착수에 앞서 시민 앞에 머릴 조아리는 자세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물론 시민의 부담없이 막대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근 지역을 첨단상업지구로 조성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홍명상가 상인을 집단 이주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렇잖아도 이미 인근에 은행1구역 도심재개발 사업도 추진 중에 있고 슬럼화된 신도극장 일대 등 주변의 개발압력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인 문제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시의 예산부담도 줄이면서 민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이들 시설물을 철거하고 복원하는데 있어 공론화가 필요하다. 보상금이나 철거비용 등 소요 예산보다 자연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여질 때 설득력을 얻는다. 이를 위해 시는 진지하고 면밀한 자세로 사업성을 검토하면서 반대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응력을 길러야 한다.

결국 대전천의 흉물로 남아 있는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를 철거하고 하천 고유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전시의 의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상인들의 보상요구와 그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도 시의 확고한 태도와 정책결정자의 결연한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는 사안이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는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전시 발전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민의식이 변하면서 흉물로 전락했다. 개발시대의 논리를 대변했던 두 건물의‘유령’을 걷어내려면 대전시의 확고한 의지와 시민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金時憲 경제팀 산업유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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