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상처’ 버티는게 용하다

남매탑에 대한 정밀진단은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연구소가 공주시의 의뢰로 지난 해 8월부터 올 2월 중순까지 추진한 사업이다. 조사는 육안관찰, 초음파 측정 등을 통한 총체적 진단이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각 분야별 풍화훼손지도가 작성됐다. 이번에 입수한 보고서는 자료 분석과 해석이 실린 중간보고서이며 최종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현재 작성 중이다.

◇전분야에 걸친 지속적 풍화훼손

남매탑이 처한 가장 위험은 지속적인 풍화훼손에 있다. 두 탑 모두 부재의 결실, 박리, 박락 및 균열현상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층석탑 상륜부는 파손이탈과 균열 등으로 이미 풍화가 진행되고 있고 탑신부에서도 부재의 결실과 철편의 고임으로 풍화가 지속됐다. 또 석탑 표면에서는 다양한 입상분해가 일어나고 있었고 요철과 마모도 심했다. 7층석탑도 5층석탑과 같이 물리적 풍화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북측 상대갑석에서는 미세균열과 층상균열이 발달했으며 남측 1층 탑신석에는 우측 모서리가 넓게 박락되는 등 표면 풍화 상태가 현저하게 나타났다. 옥개석은 전체적으로 파손이탈 및 마모가 된 부분이 많았고 탑신석에서도 표면요철과 이격을 각 방향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또 이들 석탑은 생물학적 오염으로도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 표면에는 조류와 지의류, 선태류 등의 미생물이 고착되어 있고 지반에서부터 착생하고 있는 다량의 하등식물들은 두 석탑 기단부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생물들은 부재사이의 이격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뿌리 압력으로 인해 암석의 기계적 풍화를 가중시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이들 식물들이 고사 된다 하더라도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학적 가치도 상실하게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밖에 이들 훼손 요소로 인해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할 뿐 아니라 산성비 등으로 인한 2차 오염도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풍화 진정 위한 보호각 설치 필요

보고서는 두 석탑에서 진행중인 풍화작용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보호각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부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삽입된 철편이 변색됨에 따라 철저한 방수처리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산성비로 인한 이차적 오염을 세정하기 위해 원석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품을 이용하며 주기적인 세척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두 석탑 모두 조류, 지의류 등 생물오염이 60-90%에 달하는 등 훼손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생물 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존처리 작업이 필요했다. 또 부재 이격과 표면 박리 등 기계적 풍화훼손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여겨져 풍화부위와 간극이 벌어지는 지점의 접합과 강화처리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보았다.

이찬희 교수는 “생물 서식으로 지반이 약화되는 등 지형적 조건이 열악해 완전한 보존처리가 이뤄지기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 세정 등 보호방안을 강구해 훼손 요인을 최소화 해야한다”고 밝혔다.

▲남매탑은 어떤 탑인가

청량사지 5층·7층석탑은 고려 중기 축조돼 ‘남매탑’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두 석탑이 남매지간이 된 유래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행된 ‘고적조사보고’(1917)에 수록돼 있다. 이에 따르면 백제 멸망 후 왕족 중 한 사람이 토굴을 파고 수도하던 중 호랑이의 목에 걸린 가시를 빼주었다. 이 후 호랑이는 은혜를 갚기 위해 경상도 상주 출신의 한 여인을 데리고 왔으나 그는 겨울을 넘긴 뒤 여인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집에서 결혼을 마다하고 다시 토굴로 돌아와 의남매를 맺고 평생 수도해 득도했다. 이후 두 사람이 죽은 뒤 나온 사리를 봉안한 탑이 바로 남매탑인 것이다.

이들 석탑이 불안정한 구조를 갖추게된 것은 7층석탑이 1944년 도굴범에 의해 무너지면서다. 이로 인해 5층석탑도 약간 기울어지게됐고 1961년 두 탑을 보수했지만 제대로된 검증을 거치지 않아 부재가 뒤바뀌거나 잘못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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