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굿과 음식’-‘무구’연구서 출간

굿은 신앙을 뛰어 넘는 의례다. 신과 무당,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인 동시에 다채로운 문화 양상을 담은 축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굿은 각 지역별 고유의 특징이 점차 희미해지고 명맥 또한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의례와 무당 중심으로 이뤄진 기존의 굿 연구가 세분화된 것도 이같은 요구에서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굿에 올리는 음식과 사용되는 도구를 조사 연구한 ‘굿과 음식’과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무구’을 펴냈다. 학계에서도 구체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이기에 이번 출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충남의 대표적 종교축제인 ‘은산별신제’ 음식과 충남의 무속의례 ‘앉은굿(설위설경)’에서 사용되는 무구를 자세히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은산별신제 최고신 산신과 생통돼지

굿은 개인과 집안, 나아가 마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축원받기 위해 신을 초빙해 춤과 음식으로 그들을 대접하고 인간의 정성을 표현하는 의례다. 또 음식을 함께 나누며 결속을 다졌던 우리나라 고유의 공동체 문화와 한국인의 손님맞이 문화도 담겨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굿과 음식’ 제 3권은 충남의 대표적 지역 종교축제인 ‘은산별신제’(중요무형문화제 제9호)에 올려지는 음식을 다루고 있다. 은산별신제가 모시는 대표적 신은 산신과 토진대사, 복신 장군. 이들에게 바치는 음식은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 중 최고신인 산신에게는 생통돼지와 녹음이시루, 콩, 쌀, 팥 등이 올려진다. 특히 생통돼지는 ‘상급의 예일수록 생육을 올리고 하급의 예일수록 인간이 먹는 것과 같이 충분히 익힌 고기를 올린다’는 ‘예기’의 기록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최고신 산신에게는 익히지 않는 생통돼지가 바쳐졌고 산신은 남성으로 간주돼 희생돼지는 암퇘지로 쓰여졌다. 또 산신에게는 밥 대신 백설기를 잡수시도록 배려해 녹음이시루를 준비했다. 흰색이 상징하는 신성관념에 입각한 것으로 이와 같은 맥락을 생두부가 올려졌다. 이밖에 토진대사에게 올리는 제사음식은 ‘다과공양’·‘꽃공양’·‘등공양’ 등 소선으로 구성된다. 멥쌀로 만든 백편과 찹쌀로 만든 인절미를 항아리에 넣은 뒤 한지로 밀봉해 그 위에 5색의 밀가루로 발죽해 모양을 낸 후 기름을 튀겨 만든 화전을 꽂는 형식 등이 포함된다.

◇충남 무속의 대표 무구- 종이무구

충남지역 무속의례는 전통적으로 ‘굿’이 아니라 ‘경 읽는다’·‘독경한다’ 등으로 불렸다. 또 앉아서 행하기 때문에 ‘앉은굿’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일반적인 무당이 선 채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굿을 하는데 반해 충남에서는 법사가 북이나 꽹과리를 두드리며 독경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 지역 무속의례를 일컫는 명칭 중에는 ‘설위설경’이 있다. 의례 장소에 설치되는 장식물과 그 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위·설경·설진 등으로 불리는 종이무구가 그 근거다. 종이무구는 천정과 벽면, 또는 집안 전체를 장식했고 그 위에 신위나 경문, 문양 등을 글씨로 새겨거나 종이 자체를 칼로 오려 철망과 부적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무구’ 제 3권은 대전시 송선자·국중식, 김현순·이상준을 비롯 태안군 장세일, 부여시 이화순, 당진군 맹인섭 등 법사 7명과 그들이 사용하는 무구에 대한 2004년 당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충남 지역 무속의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무구는 종이무구와 신장대, 부적, 징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종이 무구는 제작자에 따라 그 모양도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종이무구를 익힌 스승이나 제작자의 기술적 차이 뿐 아니라 법사에 따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또 종이무구에 새겨진 내용을 보면 의례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충청도의 법사나 보살은 대부분 부적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사용 용도가 다른 지역의 점쟁이나 강신무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부적은 신도들이 방문하면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맞춰서 써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충청남도에서는 이 외에도 의례 시에 굿하는 공간에 종이무구와 함께 배치돼 장식 무구로서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부적의 형태 또한 도교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충청도 무속이 도교적인 성격이 짙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컨데 도교에서 숭상되는 장군류의 신장을 가장 상위의 신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도교류의 경문과 신장부적 등의 사용, 경문이 가시적인 종이무구로 제작되어 장식된다는 점이 특징이다.<南尙賢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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