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마지막 에너지원은 무엇이 될까?

아마도 태양이나 별들이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인공태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엇보다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태양은 우리 주위에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 수소를 연료로 쓴다.

수소는 보통 수소와 약간 무거운 중수소가 있고, 아주 무거운 삼중수소가 있는데, 핵융합 에너지원이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 30리터 속에는 1g이나 들어 있다. 이는 에너지 자원이 고갈(枯渴)될 염려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인공태양’은 우라늄이나 풀루토륨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에 비해 친환경적 에너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밖에 방사능 물질의 양이나 방사선이 나오는 기간은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 비하면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적고 짧다. 즉 현재의 원자력 발전에 비해 훨씬 고효율에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인 셈인데, 그만큼 핵융합을 위해서는 꿈에서나 이룰 수 있는 ‘꿈의 기술’들이 필요하다.

우선 섭씨 1억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원래 수소원자는 핵을 중심으로 주변에 전자가 돌고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온도가 섭씨 1억도 이상이 되면 수소 원자핵은 겉옷 같은 전자를 버리고 자유스러운 운동을 하게 된다. 이때 중수소 원자핵과 삼중수소 원자핵이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여 헬륨 원자핵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핵융합 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섭씨 1억 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 없다는 것이다. 금속 가운데 녹는점이 가장 높다는 텅스텐도 섭씨 3410도가 넘으면 녹아 버린다. 그래서 핵융합 개발도 전자기력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번째로 연료가 되는 2개의 원자핵을 아주 빠른 속도로 충돌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핵융합을 위해서는 핵융합반응의 결과 방출된 에너지가 원자핵을 가속하는 데 소요된 에너지보다 많아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핵간의 충돌 빈도가 높아야 한다.

이러한 요구 조건을 만족시켜 주는 방법은 1억도 이상의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의 원자핵의 열 운동에 의한 충돌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러한 플라즈마를 초전도 자석 안에 가둬놓고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핵융합 실험로(爐)다.

이러한 핵융합로 연구를 시작한 것은 구 소련이지만,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장 필사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지난 1975년 JT-60이라는 거대 핵융합 에너지 발생장치를 만들기도 한 일본은 1996년에 순간 온도를 섭씨 5억2000만도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그 안정성을 검증하는 일이 남아 있다. 문제는 기존의 시설로는 기껏 몇 초라는 짧은 시간동안만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일본 등이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짓기로 했는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5년에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틈새에서 우리나라가 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건설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건설하는 ‘KSTAR’는 2007년부터 시운전을 시작, 전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검증하는 실험장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예정대로 ‘KSTAR’ 프로젝트가 성공해 ‘인공태양’을 만드는 일에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찌 알겠는가? 2050년쯤 되면 우리나라 대도시 부근에서도 ‘인공태양’이 빛나게 될는지.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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