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닭백숙 전문 ‘울언니’

햇살이 유난히도 따사로운 봄날 잠시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특별한 것이 간절해지는 그런 시간이다. 문득 언제나 포근하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시던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는 그런 때이기도 하다.

이런 날엔 대전을 벗어나 공주간 국도를 따라 반포 쪽으로 조금만 더 가보자. 그곳에 늘 한결같은 정성과 손맛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담백한 고기맛과 한약을 우려낸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한방 닭백숙 전문점 ‘울언니’가 그곳.

이제 생긴지 1년 남짓 된 조그만 식당이지만 궁중요리 만큼은 내로라하는 주인 박재희씨가 손수 개발한 전복한방백숙은 대전의 교외 나들이객은 물론 서울 손님들에게까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월계수, 녹각, 황기, 당귀, 인삼, 오가피 등 무려 26가지나 되는 한약재를 14시간동안 우려낸 국물에 인근 농장에서 사료대신 쌀밥을 먹여 기른 토실토실 토종닭과 남해바다 깊은 곳에서 갓 따온 싱싱한 전복이 이 집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기름기를 쏙 빼낸 부드럽고 쫄깃한 닭고기는 물론이고 시원하고 상큼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뽀얀 국물이 단연 일품.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에 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아랫배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쭉 올라오는 듯 하는 것이 나른한 봄철 보양식으론 더 이상 좋은 것이 없다.

인삼, 은행, 밤, 대추, 녹두를 넣고 찹쌀로 지어낸 찰밥은 탕에 넣고 끓여 죽으로 먹어도 좋지만 주인이 직접 만든 된장에 박은 깻잎에 싸 한입에 넣으면 더욱 맛깔스럽다.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찰기 가득한 밥과 어우러져 침이 절로 돌면서 미각을 자극한다.

충청도식 담백함 그대로를 간직한 시래기와 고추장아찌, 동치미와 겉절이 등 밑반찬은 어렸을 적 집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여서 ‘그래 이 맛 이었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음식재료 하나하나 직접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주인 박씨,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어려워도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주방에서 손님 식탁까지 한순간도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니 역시 음식은 정성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

▲전복한방백숙 5만원 ▲한방백숙 3만5000원 ▲닭도리탕 3만원. ☎041(852)9996. <글 李昊英·사진 申昊澈 기자>

50석. 가게 앞 공터.

우리집 자랑

‘울언니’의 또다른 별미는 흑미와 들깨가루를 주원료로 각종 야채와 버섯, 해물을 넣고 끓인 흑수제비. 다시마와 황태를 끓여 우려낸 시원 담백한 국물의 깊고 구수한 맛은 물론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수제비가 제대로다. 아삭아삭 새콤하게 잘 익은 김치를 얹어 떠먹는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아는 비밀 아닌 비밀. 뚝뚝 떼어 던진 주인의 손놀림에 따라 수제비 생김새는 제멋대로지만 깊고 그윽한 맛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넉넉한 인심만큼이나 널따란 그릇에 담긴 수제비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흑수제비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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