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끝이 보이지 않는 사업

백제문화권종합개발(이하 백제권 개발)은 중앙정부의 홀대, 계획과 실행의 괴리, 재정난으로 인한 사업 축소와 사업 기간 연장, 이로 인한 사업 효과의 저하 우려 등 국내 대규모 개발사업의 시행착오를 답습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백제권 개발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0년대 보문단지를 핵심으로 한 경주권 개발이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백제권개발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1970년 6월 공주 송산리 무령왕릉 발굴은 백제사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입증했고, 백제문화권에 대한 보전과 개발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마침내 80년 백제권 개발이 확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는 경주의 보문단지를 차관까지 도입하며 개발에 속도를 낸 것과 달리 백제권은 내내 방치했고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도 전혀 진척이 없었다. 김영삼 정부시절 백제문화의 발굴, 육성을 통한 백제사의 재정립과 관광 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94년 의욕적으로 사업이 착수됐지만 두 차례의 사업기간 연장을 거쳐야 했고 12년간의 전체 공정률도 55%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말 사업시한이 2005년에서 2010년으로 연장됐다. 80년 개발계획 확정에서 꼭 30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지방비 3338억원, 민자 4964억원을 포함해 모두 9583억원이 추가 투입돼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 못하다. 지자체 부담과 민자유치 역시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백제권개발은 94년 계획수립 당시 문화유적 정비, 관광휴양시설 확충, 도시 환경 정비, 교통시설 확충 등 48개 사업에 1조4423억원(국비 2172억원, 지방비 2910억원, 민자 9340억원)을 투입, 200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됐다.

초기 수 년간은 순로롭게 추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업 추진 5년 만인 98년 지가 상승과 물가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당초보다 5013억원이나 증가한 1조9437억원으로 조정됐다.

결국 99년에는 전체 사업을 48개에서 38개로 줄이고 사업기간도 2005년까지로 4년 연장하는 한편 사업비는 2조1434억원(국비 6443억원, 지방비 6051억원, 민자 8940억원)으로 크게 늘리는 등 1단계 사업변경을 추진했다.

99년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국비 2626억원, 지방비 1163억원, 민자 1858억원 등 5648억원으로 전체 사업비(변경 사업비 기준)의 26.4%에 그쳤다. 특히 민자는 외환위기가 닥치는 등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당초 사업비의 20.8%만이 투자되는 등 극심한 부진을 드러냈다.

이후 연도별 사업비 투입 누계도 2000년말 6926억원(공정률 32.3%), 2001년말 7877억원(36.7%), 2002년말 8884억원(41.5%), 2003년말 9784억원(45.7%), 2004년말 1조587억원(49.4%) 등 해마다 5% 안팎의 사업 진도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지난해 말까지는 국비 5601억원, 지방비 3105억원, 민자 3001억원 등 1조1727억원이 투입돼 공정률은 55.0%에 머물렀다.

국비는 전체 사업비의 86.9%가 투입됐지만 지방비는 51.3%가 투자됐고 특히 민자는 33.6%만이 조달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 사업비가 지방비와 민자로 추진되는 공주문화관광지·탄천관광농업단지·오토캠프촌·기업 연수촌·노인휴양촌 조성과 금강운주개발, 계룡시 문예회관 건립 등의 9개 사업은 사업 시행 12년째가 됐지만 착수조차 못했다.

완료된 사업은 석장리 유적·송산리 고분 정비, 공주박물관 이전, 청소년수련관 건립, 공주 및 부여의 상수도시설 확충과 하수처리장 정비, 부여우회도로 확충 등 17개이지만 대부분 문화유적 정비나 기반시설 확충에 편중돼 있다.

급기야 충남도는 지난해 초 지방비(6051억원→4865억원)와 민자(8940억원→8010억원) 부담을 줄이고 국비(6443억원→9903억원)는 대폭 늘리는 한편 사업 기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사업계획 2차 변경안을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말 건교부는 사업 기간 연장은 승인했지만 사업비는 충남도의 요구와는 달리 국비는 6912억원, 지방비 6443억원, 민자 7965억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결국 지방비와 민자 부담은 지속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백제권 개발은 앞으로 5년간 지방비 3338억원, 민자 4964억원을 포함해 모두 9583억원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해마다 1900억원이 투자돼야 하지만 올해의 경우 국비 197억원, 지방비 371억원, 민자 541억원 등 1109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투자재원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李龍·金俊鎬·張泰甲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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