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도자기에보리밥’

봄철에 입맛이 잘 돌지 않을 때 보리밥에 갖은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을 약간 쳐 쓱싹쓱싹 비벼먹으면 최고다. 비빔밥 한 입을 넣고 오물오물거리는 사이 구수한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곁들이면 “이게 바로 옛맛이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봄이 오는 길목에 경북 청도에 들렀다가 봄철 미각을 돋우는 제대로 된 보리밥정식(1인분 5000원)을 만났다. 청도읍에서 풍각을 지나 각북방면으로 5km쯤 가다보면 옛 한옥의 정취가 남아있는 음식점 ‘도자기에보리밥’(대표 지태옥)이 있다.

옛날 한옥의 틀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방문도 허리춤을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낮지만 그 소탈한 분위기에 이내 편안함이 느껴진다.

시장기가 동해 배가 출출할 때쯤 상차림이 시작됐는데 눈에 도드라지는 반찬도 없이 그야말로 소박하다. 여느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고사리나물, 무나물, 취나물등 5-6가지 나물에다가 깻잎, 상추, 배추를 넣어 즉석에서 버무린 겉절이, 프라이팬에 먹음직스럽게 구은 조기, 된장찌개가 전부다.

특이한 것은 보리와 쌀을 6대4 비율로 섞어 지은 밥에 듬뿍 올려 나오는 생미나리다. 일반적으로 보리밥정식에 생미나리를 고명으로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기에 어떤 맛일지 새삼 궁금해졌다.

나물을 이것 저것 넣고, 고추장을 비벼 먹는데 참기름이 보이지 않았다. “참기름 없어요?.” “경상도 사람들은 참기름 넣으면 느끼하다고 해서 안넣어요. 한 번 잡숴보시면 맛이 괜찮을 거예요.”

나물과 생미나리와 겉절이가 잘 버무려진 비빔밥을 한 술 떠 넣고 나서야 참기름을 넣지 말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삭아삭 씹힐 때마다 줄기 사이에서 풍겨나오는 미나리향은 마치 봄을 먹는 듯한 상큼함 그 자체였다.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에다 청국장을 살짝 풀어 만든 된장찌개는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면서 보리밥의 맛을 풍부하게 했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나물의 간을 싱겁게 했기에 보리밥 비빔밥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맛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소박함 속에 느껴지는 봄맛은 이 집의 묘한 매력임에 분명하다.

생미나리에다 오징어와 홍합(경상도에서는 열합이라 한다)을 넣은 미나리전(6000원)과 늙은호박의 속을 긁어 밀가루와 버무려 부친 늙은호박전(6000원)도 인기메뉴다.☎054(373)7054

<글·사진 韓景洙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경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