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 ‘양반가문의 쓴소리’ 발간

“내가 항상 두려워 하는 것은 스스로 작은 예절을 저버려 가족들이 본받을 점이 없을까 하는 점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는 당시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 사회 전체가 피폐해진 현실을 늘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선비가 갖춰야 할 작은 예절들을 ‘사소절(士小節)’이라는 책을 통해 제시했다.

이덕무는 연암 박지원에 버금가는 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소절’은 단순히 예절을 나열한 책도 아니고, 사상을 장황하게 설명한 책도 아닌, 문자 그대로 몸과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실용적인 수신서가 되었다.

‘양반가문의 쓴 소리’는 작가 조성기가 이덕무의 사소절을 우리 시대에 맞게 쓴 책이다. 이 책에 제시된 수많은 사례를 통해 당시 선비의 흥미진진한 생활 풍속을 만나볼 수 있다.

이덕무는 책 머리에서 ‘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는 서경(書經)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는 “남자는 옷과 관을 바르게 하고 바라보는 태도를 존엄하게 하기 위한 두 가지 경우에만 거울을 본다”고 하면서 거울을 보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할 만한 표정을 연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구역질이 난다고 말한다.

또 ‘남녀 관계를 정리할 때는 단호하게 하라’, ‘과거시험 보는 사람을 들뜨게 하거나 겁주지 말라’, ‘관직을 받은 사람을 축하할 때 월급을 물어보지 말라’와 같은 충고 속에서는 사람 사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신랑을 거꾸로 매달지 말라’, ‘술을 마실 때는 이전의 실수를 기억하고 과하게 마시지 말며 단번에 마시거나 남에게 강권하지 말라’는 충고들은 이런 행위들이 전통이라기보다 예전부터 경계했던 악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말을 타고 가다가 농부들이 새참 먹는 곳을 지나칠 때는 말에서 내리라’고 한 것이나 ‘친척의 부인을 대할 때에도 정중한 예로 대하라’는 부분에서는 지배층으로 군림하는 선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숙을 추구했던 선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金亨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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