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모습이 크게 바뀌고 있다. 휴대폰으로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DMB 시범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길거리 곳곳에서 ‘휴대폰 TV’를 즐기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태풍의 눈은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Wi-Bro)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와이브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길거리나 달리는 차 안에서 영화를 즐기고, 온라인 게임이나 웹 서핑을 지금 사무실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듯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유선사업자가 제공하는 무선랜이나 기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선랜은 도달거리가 짧아서 이동중일 때나 ‘AP(Access Point)’가 멀어지는 실외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휴대전화상에서 사용 가능한 EV-DO 무선인터넷은 사용범위도 넓고 접속도 비교적 잘 되지만, 요금체계가 너무 비싸다.

그러나 주파수 2.3Ghz 대역의 와이브로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노트북용 무선랜 카드나, USB 무선 랜카드처럼 생긴 장치를 연결하면, ADSL(1Mbps) 정도의 통신이 될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유선인터넷보다 약간 비싼 월 3만-4만원 정도의 비용만 부담하면,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선 인터넷과 이용료 차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와이브로는 개방형이기에 콘텐츠의 선택폭도 넓어진다. 와이브로 단말기에서는 유선 초고속인터넷에서처럼 자유롭게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CDMA’는 미국 퀄컴사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 라이선스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통부가 휴대인터넷을 IT839전략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기술개발사업 가운데 최우선 순위에 두고, 단말기와 서비스 업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와이브로의 등장이 지금의 CDMA휴대폰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것은 아니다.

와이브로 표준은 음성통신은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데이터 통신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CDMA, GSM처럼 디지털화된 음성통신에 대한 핵심 특허를 외국기업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허그물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고 음성통화를 전혀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선인터넷이 초고속화되면서 VoIP 서비스가 가능한 것처럼, 무선인터넷의 속도가 높아지고 안정화되면 VoIP 방식으로 사실상의 음성통화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유무선 통신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KT, 하나로, SKT 등이 휴대인터넷 사업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수익원이라고 판단하고 사업권 획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와이브로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상용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칫하면 과거 잠깐 반짝했다가 CDMA에 자리를 넘겨주고 기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CT-2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은 역시 고객확보를 위한, 단말기 보급과 콘텐츠의 개발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우리가 만든 기술이 유무선통신 강국의 주춧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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