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논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설 연휴기간 가족과 친지끼리 식탁에서 제일 많이 나눈 대화역시 증세와 감세이야기였다. 내주머니 돈이 얼마나 더 나가야 할지, 돌아오는 혜택은 얼마나 될지 관심은 그만큼 컸다. 앞으로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안이 발표되면 논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이다. 세금문제는 5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세금논쟁 발단은 대통령에서 비롯됐다. 노 대통령은 18일 신년연설에서 우리사회의 당면과제인 양극화 해소를 꺼내면서 재원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미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기존예산을 아껴 쓰고 구조조정을 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으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언론과 정치권은 청와대가 중장기적으로 증세를 모색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논쟁은 본격화됐고 비판 여론이 거셌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은 25일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증세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논쟁의 발단은 대통령발언

그러나 다음날인 26일 박근혜 한나라당대표가 신년기자회견서 감세와 증세를 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맞받아 세금논쟁은 다시 가열됐다. 국가가 복지사회를 지향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재원도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한 재원확보방안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얼마나, 어떻게 걷어야 하는지 등을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 신년연설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정부는 증세를 통한 재원확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움직임은 달랐다. 증세와 다름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발표한 저 출산, 사회안전망확충을 위한 추가재원확보대책도 근로자들에게 과세부담이 된다. 비과세·감면혜택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이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면제받았던 세금을 추가로 물게 돼 세 부담 증가로 다가온다.

앞으로 개인이나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세금정책은 잇따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금해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세금이 오르면 근로의욕 상실, 저축률 저하, 기업투자 감소, 인플레 발생 등의 부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개방화 시대로 노동과 자본은 국경이 없어진지 오래다. 세금이 올라가면 자본은 세금이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세금인상은 세수기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조세기반마저 잃게 된다.

정체성은 국민이 판단해야

세금을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불필요한 사업 등 낭비성 예산을 대폭 줄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조직의 비만을 빨리 줄이는 것도 과제다. 세제를 바로잡는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고소득자와 불로소득자의 세금탈루가 바로잡히지 않는 상황서 증세를 달가워할 사람은 없다. 경제적 능력에 맞는 조세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공평성의 원칙이다.

어떤 정책이 명백하게 나쁜 결과를 초래했을 때 정부의 실패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정부의 실패를 만드는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정치적 왜곡이다. 좋은 목적에서 출발한 정책도 정치적 왜곡 때문에 나쁜 정책이 될 수 있다. 증세냐 감세냐가 정치적 이벤트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 계층간 갈등과 반목을 증폭시켜 국민이 정치적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재원 없는 복지확대란 있을 수 없지만 복지로 편 가르기 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국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실천방안을 갖고 있느냐가 정부 정체성을 가늠하는 잣대다. 이는 국민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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