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입부터 터키발 조류독감(AI)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AI는 통제하기 어려운 조류를 통해 감염되고, 치사율이 50%에 이르기 때문에 비록 인체감염 사례가 적긴 하지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WHO가 유일하게 공식인증한 AI 예방·치료약인 타미플루는 특허 라이선스를 가진 스위스의 로슈가 독점적으로 제조·판매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로슈는 향후 10년간 가장 유망한 투자종목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것이 바로 특허권의 경제적 효과가 아닌가? AI의 확산 그리고 타미플루의 공급과 관련하여, 기본 비축물량을 독자적으로 값싸게 생산하려고 시도하는 개도국과, 공급량과 공급가격을 자신의 관리하에 두려는 로슈의 입장이 미묘하게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특허제도의 원칙을 지킬 것인가, 예외규정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타미플루에 특허권 프리미엄을 붙일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한 다툼이다.

특허권은 사적재산권으로서, 그 활용은 전적으로 특허권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즉, 타미플루를 얼마나 생산하여 공급할 것이며, 누구에게 얼마의 가격에 판매할 것인가는 로슈가 경제적 판단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러하듯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 많은 국가의 특허법은, 예컨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특허권자의 동의없이 다른 사람이 그 특허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만일 한국에 AI가 급격히 확산되거나 확산될 가능성이 인정되고, 물량이나 가격 때문에 타미플루의 입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로슈가 반대하더라도 국내제약사가 타미플루를 합법적으로 생산할 길이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론적으로 볼 때, 특허제도의 원칙과 예외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산업발전과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함은 당연하다. 그럼 타미플루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 비축량을 저렴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예외의 길을 갈 것인가? 고가이더라도 원칙에 따라 타미플루의 입수에 노력할 것인가?

다행히 한국은 타미플루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독자적 생산체계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김원준<타임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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