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스승님이 불현듯 생각날 때마다 늘 하시던 말씀 중 머릿속 깊이 각인된 말이 있다. ‘성의를 다하자’다.

‘성의(誠意)’의 원뜻인 ‘정성스런 마음·참된 마음’이란 것은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고 있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이 글의 행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내용과 뜻이 함축돼 있는데 마음 자세를 올바르게 하고 꾸밈없는 맑은 정신으로 매사에 전념하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어떠한 일이라도 소박하고 참되고 거짓 없는 행동으로 최선을 다 한다면 그 과정에 조그마한 오해와 시행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결과는 아름답고 타인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그 여파는 엄청나다할 수 있다.

요즘 나라 안팎에서는 변혁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행정·경영·노사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부산하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 즉 ‘혁신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경우다. 혁신이야 말로 성의를 기본 바탕으로 전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전에 필자가 잘 아는 도학선생에게 병술년(丙戌年)의 화두(話頭)를 청해서 ‘백거역(白居易)’에 ‘무우락성장 과욕청심원(無憂樂性場 寡慾凊心源)’ 10자를 받았는데 이 글은 ‘마음 걱정이 없으면 성품이 온화해지고 욕망이 적다는 것은 마음을 맑게 하는 원천이 된다’라고 풀이된다.

기회주의자가 독판치는 요즘에 세상을 관조(觀照)하며 살 정도는 못되더라도 자신에게 보다 더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용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정말 발상의 전환은 힘든가보다.

매사에 성의를 다 할 수만 있다면 또 다른 인생 사명서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내 인생 사명이 올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데 있다면,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계획이라든지 역할은 모두 성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자료 중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발표된 적이 있는데 또 한해를 맞아 묘한 상념에 잠긴다. 생애 중 거의 다 소모했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성의껏 ‘나머지 인생 잘 살아야지’하는 유행가 가사가 실감 날 때다.

얼마 전 필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신제품(맑을 린)을 개발한 일이 있는데 그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다. 과로로 병원에 실려 간 사람, 밤새워 실험에 몰두하다 집에서 퇴출당할 뻔 했던 일 등 일화가 많다.

그 당시 신제품 개발팀 내에서의 묵시적인 약속은 철저한 사선사후(社先私後) 정신과 내가 쉬어가면 동료가 더 지치고 힘들다는 배려와 성의였었다. 열정과 성의를 다하며 땀방울 떨어진 곳에서 한 약속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나보다.

‘장지오노’의 동화 같은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프로방스의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바뀐 이야기는 올바른 인생 사명아래 성의를 다하는 개인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암시하고 있다.

또한 논어에 ‘덕불고 필유인(德不孤 必有鄰)’이라는 글에서도 성의를 다하여 이웃간 돕고 사는 지혜를 강조하고 있는데, 외톨밤은 잘 썩는다는 옛말이 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나는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이웃과 사회가 되도록 성의를 다하는가, 나는 남에게 꼭 필요한 사람인가, 신년벽두에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박용남< (주) 선양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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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이 바뀝니다.

경제인 칼럼 필진이 바뀝니다. 2006년 1월부터 6월 말까지는 박용남(선양 부사장), 한동석(갤러리아 백화점 부사장), 유재룡(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사장), 배명렬(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 등이 맡아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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