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원
김보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원

정부에서 과학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과학문화바우처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이러한 여러 과학 관련 정책에서 과학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하는데, 사전적으로 `과학문화`가 정의돼있지 않음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다만 구분해 확인해보자면 `과학`은 `자연 현상 자체의 법칙을 탐구하는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 과학 따위`를 이르는 개념이며, `문화`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의미하는 용어다. 따라서 `과학문화`는 `인류가 축적해온 과학적 지식을 인간사회에서 널리 알리는 행동과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의의`라고 유추해볼 수 있겠다. 이러한 과학문화의 범위와 전파의 대상은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까.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한 `테넷(TENET)`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전작 `인터스텔라`를 자문한 물리학자 킵 손에게 테넷의 대본을 검토하도록 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되 현실에서 작동하는 과학적 원리에 반하는 몇 가지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의 진행방식은, 전세계 사람들을 흥미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탓에 주변 지인들의 질문을 받고, 인기 영화를 빌어 감독의 상상이 물리학적으로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는 일은 신나는 경험이었다. 감독은 시간역행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함을 알고 있으며, 일정한 규칙을 전제로 세우고 시나리오를 구성했기에 이는 과학적 상상이자 과학문화가 될 수 있다. 마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 후 `역사적 인물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사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문화를 정의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의의와 흥미의 경계를 넓혀가는 활동 또는 콘텐츠`라고 할 것이다. 허구라 할지라도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닌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상상에서 오는 것이라면, 과학문화의 범위 내에 있다 할 수 있겠다. 과학 그 자체의 진리를 밝혀내는 것은 연구를 업으로 한 사람들에게 한정돼 있겠지만, 그 과학지식의 수혜를 받는 것은 우리 모두다.

과학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지금, 과학적 지식이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와 관심은 모든 현대사회의 구성원 모두의 소양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과학문화의 대상은 과학을 동력 삼아 많은 기술의 혜택을 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되지 않을까.

과학이라고 하면 아직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겠지만, 투명한 물 속에 물감 한방울이 결국 물의 색깔을 결정짓는 것처럼 과학문화가 확산된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스스로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아갔으면 하는` 사람으로서, 과학문화가 우리 생활에 넓게 퍼져나가는 사회가 됐으면 하기 때문이다.

김보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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