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목원대 창의인재교육원 교수
김철수 목원대 창의인재교육원 교수

그리워 그리워 사랑 그리워 해 지고 밤 되면 별을 헤면서

돌아올 이날을 기다렸나니 꿈같이 님 만나 마음 설레요

천리 길이 멀다 하였오 물 건너 산 넘어 한양인데

그리운 님 보러 내 왔느니라 이 마음 그대로 있느니라

사랑 사랑 우리 사랑 잘 되어도 우리 사랑 못 되어도

우리 사랑 봄이 되어 꽃이 피고서 봄이 되어서

웃으면 님을 그려 보나니 위대하다 우리 사랑

산과 같을까 바다 같을까 사랑 사랑 우리 사랑

서방님 내일은 내가 죽는 날이요

시체나 묻어주고 가세요

어머님 오늘 밤에라도 사위 데리고 진지 대접 잘 하세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오

부디 경솔한 마음은 먹지 마오

한양 가서 과거 급제해 암행어사로 남원에 돌아온 이몽룡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옥에 갇힌 춘향이와의 사랑을 확인하는 옥중 사랑가의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한 현제명의 `춘향전`이다. 6·25 전쟁 직전인 1950년 5월 서울 부민관에서 한국 최초 창작 오페라 춘향전이 공연됐으니, 그로부터 73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 중 하나다.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설화를 가지고 작곡하기를 열망하던 현제명은 성악가였던 이점을 살려 흐름이 유려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의 대사는 극작가 이서구가 썼고, 희화적인 구성으로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초연 당시부터 이 작품은 많은 청중이 동원되고 이 속에서 나온 몇 곡의 아리아들은 널리 회자됐다. 이듬해인 1951년 피난지 대구에서 두번째 연주된 이래 197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창작 오페라다. 그 이후에도 많은 창작 오페라가 만들어져 오늘날 음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발전해 외국의 유명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다음 곡을 살펴보자.

알프레도

내 사랑 이제 파리를 떠납시다, 이제 함께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요.

당신이 겪었던 슬픔도 이제 보상 받을 것이오, 당신의 건강도 회복될 것이오.

당신은 내 삶의 숨결이자 햇살이오, 미래가 우리에게 미소지을 것이오.

내 사랑 이제 파리를 떠납시다, 이제 함께 인생을 살아가요.

1948년 1월 16일 서울 명동 시공관(오늘의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춘희(春熙)` 3막에 폐병으로 죽어가는 여인을 안고 부르는 이중창이 우리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흔히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로 불리는 그 곡이 맞다. 세브란스의전에서 의학을 전공했던 이인선이 숙련된 테너 음성을 목에 담아 4년 만에 귀국한 후 무대에 올린 곡이다. 이인선이 제르몽 역을, 김자경이 비올레타 역을 맡았다.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공연은 같은 해 4월 재연까지 이뤄졌다고 한다.

온갖 꽃이 만개하는 이 봄에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 `춘향전`과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인 `춘희`를 생각하며 우리 고장의 순수 창작 뮤페라(뮤지컬+오페라)를 대전 및 충청 지역에서 공연하는 소망을 품어 본다. 순수예술은 예술가들의 의욕만으로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유관 기관이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많은 기업에서 후원과 협조가 필수적이기에 이 지면을 통해 요구하고 애원해 본다. 전국 광역시 중 거의 유일하게 시립오페라단이나 콘서트 전용홀이 없는 우리 대전시에서 언제쯤 이러한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 `춘향전`과 이태리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 뮤지컬 `춘향전`과 `대전부르스`가 지역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날이 오길, 기대와 응원을 하는 바다.

김철수 목원대 창의인재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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