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가격 폭등세…시멘트 재고량 평소 절반도 안돼
철근 가격도 최고치 기록…車·건설사 등 비용 부담 ↑

대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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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충청권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에 따른 도미노 가격 부담에 짓눌리는 것은 물론, 수급 차질에 따른 자재대란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연탄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호주 뉴캐슬항 고품질 유연탄(6000㎉/㎏ 기준)은 t당 351.6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7일 t당 427.5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내렸지만 지난해 평균 137달러보다는 2.6배 가량 오른 가격이다. 지난 1월엔 223달러, 지난달 239달러를 기록하며 종전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의 222달러를 넘어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것으로, 의존도 70%에 달하는 러시아산 유연탄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유연탄의 가격이 크게 뛰면서 지역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유연탄은 시멘트의 핵심 생산 원료로 시멘트 생산 단가의 30% 상당을 차지하는데, 유연탄의 가격 인상으로 시멘트 값 인상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시멘트가 주 원료인 레미콘의 도미노 가격 인상 또한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대전세종충남레미콘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라 지역별로 레미콘 가격 인상을 협상 중인데 지난해 한 차례 인상을 단행했던 적이 있어 건설사 측에서 부정적인 반응"이라며 "3월이 봄철 공사 적기인데도 불구하고 모래, 자갈 등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어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고 말했다.

원자재 수급에 난항을 겪자 시멘트 업체들의 재고는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비수기 때 저장을 해 두었다가 봄 성수기, 가을 성수기 때 사용하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원자재 수급 악화로 인해 저장된 물량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전지역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유연탄 수급 불안정과 봄철 건설 시기가 겹치며 재고량의 20-30% 수준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시멘트를 팔아도 손해는 보는 식이라 가격 인상은 물론, 생산량 조절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현장은 물론, 자동차 등 대표적인 철강 수요 산업에도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철광석은 지난해 t당 약 90달러 수준에서 현재 150-160달러로 급등했다.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의 가격도 이달 초 기준 t당 68만 원으로 1년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대전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로 오르면서 중소 업체를 위주로 납품단가 연동이 되지 않아 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귀띔했다.

충남 자동차부품공장 관계자는 "철강업체에서 후판 가격을 t당 6만 원까지 올려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른 만큼 생산 단가도 올라 제조 원가가 동반 상승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전 부문에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로 지역 대기업 협력업체의 생산성 악화도 우려된다. 삼성전자 가전 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지난해 약 39% 뛰었다. LG전자도 가전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 평균가격이 지난해 21.8% 상승해 전년 상승폭(3.9%) 보다 5배 가량 확대됐다. 레진(수지)과 에어컨, 냉장고 등에 필요한 열교환기에 사용하는 구리도 각각 18.2%, 15.1%씩 올랐다.

대전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환율 급등, 해운운임 등으로 기업들이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원자재 관련 부담에 짓눌리는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여 정부나 지자체 또는 유관 기관에 지원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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