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장호 건양대병원장
'책임감'·'성장' 취임 포부 밝혀
"지역에 봉사하는 병원되겠다"

배장호 신임 건양대병원장이 취임 소감과 함께 대학병원의 역할과 건양대병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배장호 신임 건양대병원장이 취임 소감과 함께 대학병원의 역할과 건양대병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취임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솔선수범`을 약속했다. 바쁘면 나부터 더 움직이고, 부족하면 내가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건양대병원 배장호(54) 원장이 지난 1월 취임사를 통해 밝힌 소감의 핵심은 `책임감`이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대학병원의 장(長)을 맡게된 그의 포부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지난해 새 병원을 개원한 데 이어 새 인물로 도약할 채비를 마친 건양대병원은 올 2022년을 `크게 성장하며 책임을 다하는 해`로 만들 계획이다.

배 원장은 "그 어떤 감정보다 묵직한 책임감이 가슴에 자리 잡았다는 게 솔직한 소감"이라며 "건양대의료원은 설립자 김희수 박사를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의 열정을 통해 수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중부권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한 의료원의 의료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는 `병원장`이라는 타이틀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더 익숙하다. 병원장 이전에 심장내과 전문의인 그는 관상동맥조영술 3만 례 이상,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5000례 이상 집도하며 세계적으로 큰 인정을 받았다. 명실상부 심장질환계의 `스타 교수`인 셈이다.

배 원장은 "의료원장으로 취임했다고 진료횟수나 양을 줄이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100여 명의 심장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있고, 새벽에도 응급환자가 생겼다는 연락이 오면 곧바로 일어나 병원으로 달려간다"며 "경영과 진료를 병행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진료량을 줄일 수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진과 진료 시작 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결재하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병원 경영의 주요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연구를 게을리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퇴근시간 이후에는 공부도 하고 논문도 쓴다"며 "의료원장을 맡기 이전보다 신경 써야 하는 사항이 훨씬 많아졌지만,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성격 탓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장으로서 경영자 위치에 서게 된 그에게 코로나19는 괴롭고 고통을 주면서도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존재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보건의료체계의 대전환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났지만 의료계에서는 감염병 환자 전담 의료기관과 시스템,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피해 책임에 통감해야 했다. 건양대병원도 응급의료시스템과 관련해 고충을 겪었지만, 때맞춘 새 병원 개원을 통해 문제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새로 개원한 병원 건물은 연면적 9만 2000㎡, 지하4층-지상9층 규모로 기존 본관과 연결돼있다. 감염병 관리에 최적화된 설계로 기존에 운영하던 6인실을 모두 없애고 4인실을 기준 병실로 교체해 모든 입원 환자간 2m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또 각종 음압시설과 공조시설을 구축했으며 감염위험 구역과 클린 구역을 철저히 구분했다.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감염병 대응 경험을 살려 설계에 녹인 것이다.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이전까지 발열 증상이 있는 응급환자의 경우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돼 곧장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격리구역에서 감염여부 확인 후 진료를 받아야 했다. 문제는 격리구역 규모가 작아 환자들이 대기만 하다 발걸음 돌리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양대병원은 입원병동 1개를 감염병 의심환자 임시 병동으로 설정함으로써 응급실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배 원장은 "새 병원 건립을 통해 입원실에 여유가 생기면서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 밖에도 건양대병원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방역당국의 지침이 나오기 전부터 병원 출입구를 하나로 통제했으며, 열 감지 카메라를 자체 설치하고 면회객을 통제하는 등 선제적으로 방역체계를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어지러운 상황이지만, 배 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병원이 고급·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지역 병원의 역할이지 소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중증질환 치료 전문화`다. 특정 분야와 관련된 전문의를 초빙하는 것은 물론 고효율 장비·쾌적한 진료환경 구축 등 중증질환 치료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우리 지역에 훌륭한 의사들이 많고 의료장비와 시설도 잘 갖춰져 있지만 특정 분야 의료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심장수술 전문의, 소아신경 전문의 등을 추가 초빙했다"며 "앞으로도 중증질환 진료에 필요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보강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암과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질환에 대해 진료와 검사, 수술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PET-CT, 감마카메라, 전신 뼈 스캔장비 등을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며 "심혈관센터 이전과 암 센터 확장, 호스피스 병동 신설 등 중증질환 치료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배 원장은 "우리 지역엔 건양대병원이 있어 든든하다"는 얘길 듣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껏 모든 의료서비스를 지역민에 맞춰왔듯 앞으로도 지역사회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병원을 만들어가고 싶다며 소명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역민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에 가지 않아도 첨단 진료시스템을 안방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서 "꾸준히 지역 의료기관을 믿고 이용해준다면 의료자치와 지역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 원장은

계명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내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0년부터 건양대병원에 근무하면서 내과부장과 교육수련부장, 심장혈관센터장, 진료부원장 등을 거쳐 건양대 의과대학장으로 재직했다. 대한심장학회 연구이사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기획이사, 대한심장학회 대외협력위원,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비상임정부위원 등을 지냈다. 심장질환 국제서적을 비롯해 150편 이상의 논문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연구와 대외활동을 펼쳐왔다.

대담=정재필 취재1팀장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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