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자녀 학업에 대해, 특히나 수학 공부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은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산수부터 시작한 수학공부가 초등학교 진학 후 주요 과목으로 자리잡고 더 나아가 수학성적은 중학생 입학 후에는 아이의 실력을 상·중·하로 나누는 기준이 돼 버리기도 한다. 고등학생 때의 수학을 말할 필요는 더욱이 없다. 진로결정의 가장 큰 관문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그렇다. 국어와 영어, 사회와 과학. 좋아하는 과목 점수를 잘 맞아 오더라도 수학 점수가 낮으면 스스로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학적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암산의 사용범위`다.

현 학원 원장으로 있는 필자에게 지인들이나 학부모들이 문의하는 대표적인 질문은 `아이의 계산실수`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잘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한 계산 실수에서 오답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에 대한 해격책으로는 암산이 아닌 식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하나하나 적어가며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대다수 일테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암산은 필수다. 다만 암산의 사용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수준 차이, 문제의 유형별 차이, 난이도 차이 등은 존재하겠지만 그럼에도 암산은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문제를 풀 때 답을 적는 과정까지 10줄의 식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한 단계씩 암산으로 계산한 뒤에 짝수번째, 또는 홀수번째의 식을 생략해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암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는 아마도 섣부르게 2-3단계를 생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발생할 것이다. 즉, 암산의 사용범위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암산은 기억과의 연계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수준까지 사용해야 하며 식을 적는 행위는 오류를 방지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는 것이다. 수학문제를 풀 때 많은 식을 적는 것은 수학과의 친밀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할인매장의 할인율을 계산할 때 3만 원 30% 할인의 계산법을 자녀에게 물어보면 연필을 들고 식을 세우고 계산을 시작한다. 하지만 부모들은 3만 원의 10%는 3000원이므로 이를 3배해서 9000원이 된다고 암산해 답을 내린다. 사고를 확대하는 시기에 오히려 아이의 생각을 `방식 그대로` 굳게 만드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학습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유형별 반복학습으로 고득점이 나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해설지를 외우던 방법으로 지금의 수학을 바라본다면 백전백패임을 알아야 한다. 노트필기를 많이 한다고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암산은 단순히 빠른 계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학 문제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사고력 확장의 기초임을 명심해야 한다.
 

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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