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최근 미국에서 돼지 심장과 신장을 장기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의료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이종장기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과 앨리바마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형질전환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 환자들은 사람의 장기를 받기 힘든 상황이었고, 생명을 연장시킬 유일한 치료옵션은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돼지의 장기이식을 받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3일 정도 지나 정상 심장기능을 나타냈으며,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23시간 만에 소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종장기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공급할 수 있고 환자에게 최적화된 건강한 장기 및 조직 공급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말기 장기부전 환자의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대체장기를 이식하는 것이지만 이식에 필요한 장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 기증 및 희망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누적 4만 3000여 명이다. 하지만 실제 기증자는 10분의 1 수준인 약 44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장기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 `보건자원 및 서비스 행정국`에서 운영하는 장기이식 대기자 시스템(organdonor.gov)에 의하면, 약 10만 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년 6000명 이상이 장기이식 전 사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영장류는 사람과 계통학적으로 가깝지만 번식이 까다롭고 사람과 장기 크기가 다르며 종간 감염 전달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장기공여 동물로서의 활용성이 떨어진다. 이번 심장 이종이식에는 사람의 면역체계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와 돼지 심장조직의 과도한 성장을 초래하는 유전자 1개를 비활성화 시키고, 인간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유전자 6개를 새로 삽입했다. 하지만 과학적 측면에서 심장 이종이식 수술이 성공했을지라도 완벽한 형질전환돼지가 개발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종장기에 대한 여러 가지 거부반응을 완벽하게 제어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의 심장 및 신장 이종이식 사례는 형질전환돼지 개발 후 최초로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장기 공여동물로 돼지를 이용하는 이유는 첫째, 인간과 장기 크기가 유사하고, 둘째,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는 질병의 위험이 낮고, 셋째, 번식이 쉽고, 넷째, 유전자 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학계에서는 사람의 장기와 더 유사하고 면역학적 차이가 없으며 안전한 장기를 만들기 위한 인간화(人間化) 돼지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람에게 동물장기를 이식하는 실험은 20세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1960년대에는 침팬지 등 영장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했으나 인체의 거부 반응을 극복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는 돼지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시작됐고, 2000년도에 돼지복제가 성공하면서 면역체계를 조절한 돼지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중국은 2015년 돼지의 각막을 인체에 이식하는 것을 허용했고, 일본은 2016년 동물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조금 늦은 2020년 8월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이종간 장기이식이 허용됐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종장기이식용 형질전환돼지 개발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2017년을 마지막으로 국가연구개발비 투입이 급감하면서 세계적 경쟁력에서 조금씩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 만성질환 발병률이 더욱 상승하고 장기이식 대기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장기기증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시해 형질전환 돼지개발을 통한 이종장기 활용에 국가의 관심과 R&D지원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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