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 "윤석열, 전두환·박근혜와 다르지 않아... 반동과 퇴행 기로"
"누구를 찍을 것인가... 20년 뒤 2042년에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해야"

유튜브 `이재명 플러스` 캡처.
유튜브 `이재명 플러스` 캡처.
자타공인 여권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판에 들어왔다. 분투하고 있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대권 쟁취를 위해서다. `상왕`의 귀환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9년,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을 역설한 바 있다. "20년도 짧다. 더 할 수 있으면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했고 참여정부에선 국무총리를 했는데, 우리가 만든 정책이 무너질 때는 1, 2년밖에 안 걸리더라"며 `20년 집권론`을 역설했다.

"억지로 되는 건 아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해야 한다"며 "연속해서 20년은 집권해야 정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이 전 대표는 강조했다.

그리고 2020년 4월 국회의원총선거. `이해찬의 민주당`은 `180석`을 쓸어담았다. 국회 18개 전 상임위를 민주당 독자적으로 꾸릴 수 있는 사상 유례없는 압도적 승리였다.

그리고 그해 8월, 이해찬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현실정치`를 떠났다. 정계를 은퇴했다. 그의 이름이나마 돌아온 건 작년 10월, 선대위 상임고문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상임고문단에 이름을 올려놓긴 했지만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던 이 전 대표가 최근 들어 대선판에 직접 발을 담그기로 작심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인 28일 오후 이 전 대표는, 이 후보 `소통앱`인 `이재명 플러스`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부인을 향해 "끔찍하다" 말했다.

7분 13초 분량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는 "지금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하는 말을 보면, 이걸 보면 대선을 지고 나면 어떤 나라가 될 지 짐작이 된다"며 "끔직하다" 말했다.

"(윤석열이 집권하면) `앞으로 조국 같은 가족이 몇 명이 생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조국 전 장관이 멸문지화를 당했는데. 참 끔찍하다"고 "끔찍하다" 말했다.

끔찍하다. 정치권에서 `독설`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그다. `원조 독설가`의 귀환이다. 나흘 전인 지난 25일에도 이 전 대표는 윤석열 후보 부부를 향해 독설을 날렸다.

이때는 `섬뜩하다` 했다. "섬뜩".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칼럼을 통해서다. 칼럼에서 이 전 대표는 윤 후보를 `윤두환`이라 칭했다. `윤석열`과 `전두환`을 합한 말이다.

윤 후보의 북한 선제 타격론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는 "남편 윤석열 후보는 밖에서 전쟁과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아내 김건희씨는 안에서 검찰 독재, 사찰보복 이야기를 한다. 집권하면 자신들을 비판한 언론인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한다. 경찰이 다 알아서 할 것이라 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가뜩이나 자신이나 주변엔 약하고, 정치적 반대편에게는 혹독한 윤석열 시대 검찰을 봐 온 사람들에게 듣기에 섬뜩한 말이다"고 전율을 표했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가 부창부수(夫唱婦隨)도 아니고 안팎에서 쌍으로 `위험천만`하고 `섬뜩한 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섬뜩`과 `끔찍`.

이 전 대표는 박정희 정권 시절엔 `민청학련` 사건에 엮여, 전두환 정권에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다. 모두 재심을 통해 무죄로 돌아간 사건들이다.

1980년 9월 군법회의 최후진술에서 그는 5·18 광주에서의 죽음들을 말하며 "새파랗게 젊은 놈이 여태 살아있어 죄송하다"며 "징역을 구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42년이 흐른 지금, 이 전 대표는 "개인과 권력기관이 그 자신을 위해 국가의 공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는 국가, 세상은 그런 국가를 독재국가로 부른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가 그리는 국가가 전두환씨의 국가와 닮았다고 `윤두환`이라고 부르던데"라며 "누가 지었는지 참으로 선견지명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국가`와 `전두환의 국가`. 윤석열 후보를 전두환에 빗대 `윤두환`이라 칭한 이해찬 전 대표는 이어 `최순실`과 `우병우`, `박근혜`도 소환했다.

"최순실을 비선으로 둔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가족을 사찰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조종하고 자신에게 밉보인 사람들을 탄압했다"고 `그 시절`을 소환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비록 정권 내내 검찰과 감사원의 권력 남용에 고생하면서도 국민을 위해 검찰 개혁의 길을 어렵게 걸어왔다"고 전 정부와 대비했다.

이어 "개혁이 어려운 것은 개혁 때문에 누려왔던 특권을 잠식당한 기득권들이 똘똘 뭉쳐 반격하는 반면, 개혁의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분열되고 정치 혐오에 빠지기 때문이다"고 이 전 대표는 강조했다.

"그래서 개혁의 시대 이후 반동과 퇴행의 시대가 오는 경우가 많다"며 "촛불 혁명 이후 5년, 지금 우리가 그 기로에 와있는 것 같다"고 이 대표는 지금 시기를 진단했다.

이번 대선이 단순히 정권이 교체되느냐 마느냐 정도 차원이 아니고, 가깝게는 박근혜 정부, 더 거슬러선 전두환 시대로 퇴행하느냐 마느냐는 절체절명의 `기로`라는 것이다.

잠깐 듣기 시원한 전쟁의 공포인가,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평화의 진전인가.

개혁 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해서 독재와 탄압의 시대로 퇴행할 것인가,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자유와 민주의 시대로 전진할 것인가.

이 전 대표의 칼럼 글이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너무 과한 말씀이라 할지 모르지만, 이명박과 박근혜의 시대를 겪고 나니 조금 과한 걱정이 설마 하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낫더라"고 적었다.

"모두 한번 깊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게 이 전 대표의 권유다.

윤석열 후보 부부를 `섬뜩`, `끔찍` 이라고 표현한 이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아주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다"며 "실천, 실력, 실행 `3실`을 갖췄다"고 평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인 28일 올린 칼럼에서도 2022년 현재를 `대전환의 시기`로 진단하며 "설 연휴에 가족들과 마주 앉아 20년 후를 한 번 얘기보면 어떻겠냐"고 적었다.

`20년 집권론`을 역설했던 이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절대 빈곤 탈출, 김대중 전 대통령의 IMF 위기 극복과 시대 흐름 등을 언급하며 `20년 후`를 거듭 말했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이 대통령이 된다면 20년 후 어떤 한국을 만들지, 2042년을 살고 있을 나 자신과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행사한 한 표를 어떻게 평가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는 시간을 가지셔도 좋겠다는 게 이 전 대표의 말이다.

민주당의 20년 집권론. 그것도 최소 20년. 여권 지지자들은 열광하겠지만, 반대 쪽에선 이것보다 더 무섭고 싫은 말은 없을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이해찬`을 싫어하는 쪽에선 그를 `해골찬`이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 할 정도로 마른 그의 외모를 `해골`에 빗대 `이해찬`이라는 이름과 섞어 `해골찬`이라고 비하하는 것이다.

`행장취목`(行將就木)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갈 행(行) 자와 장차 장(將), 나아갈 취(就), 나무 목(木) 자를 쓴다. 직역하면 `장차 나무로 나아간다`이다.

나무로 나아가다. 의역하면, 관 속으로 들어가다, 즉 죽을 날을 기다리다. 죽을 날이 가깝다는 뜻 정도다. 언뜻 들으면 부정적인 단어 같지만 여기엔 숨은 뜻이 더 있다.

`행장취목`은 노나라 좌구명이 `춘추`를 해석하고 논한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獻公)이 여희(驪姬)라는 애첩을 총애했다. 여희는 자신이 낳은 아들을 태자로 삼기 위해 태자 신생과 공자 중이, 이오 형제를 죽이려 들었다.

여희의 참언과 감언이설에 넘어간 헌공은 태자 신생을 죽였고, 다시 중이와 이오를 죽이려 했지만 중이와 이오는 다행히 각각 다른 나라로 도망을 했다.

헌공이 죽자 이오는 먼저 진나라에 들어가 왕위에 올랐다. 보위를 차지한 이오가 자객을 보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한 중이는 강대국인 제나라로 다시 피신을 하려했다.

이때 중이는 지금 피신한 곳에서 `계외`라는 이름의 여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둔 상태였다.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몸을 피하려 하며 중이는 계외에게 이렇게 말한다.

대아이십오년(待我二十五年) 불래이후가(不來而後嫁). 나를 25년 동안 기다렸다가, 그때까지도 내가 오지 않으면 그대는 다른 곳으로 다시 시집을 가시오.

두 아들의 안위와 후사를 당부하면서도 도모하는 일이 실패해 돌아오지 못할 경우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 남은 여생이나마 편히 살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다.

계외는 미소를 지으며 `지금 내 나이가 스물 다섯이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여시이가(又如是而嫁) 즉취목언(則就木焉) 청대자(請待子) 다시 25년을 기다려 시집을 간다면, 그때는 관 속으로나 들어갈 것이오. 그러니 원하옵건데 그냥 그대를 기다리게 해주오.

이후 두 사람은 생사와 고락을 함께 했고, 중이는 나이 예순 둘에 마침내 왕위에 올라 춘추오패(春秋五霸)에 오른 진(晉) 문공(文公)이 된다.

여기서 행장취목은 단순히 죽을 날만 기다린다는 뜻을 넘어 죽을 때까지 의리를 지키고 도리와 지조를 다한다, 생사와 고락을 끝까지 함께 한다는 뜻으로도 확장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에선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당 입장에선 `잃어버린 10년`이었을 `이명박-박근헤 정부`를 와신상담(臥薪嘗膽) 지나 `탄핵 촛불` 아래 다시 찾은 민주당 정권, 문재인 정부에선 당 대표를 지낸 이해찬.

`20년 집권론` 깃발을 치켜들고 `180석 거대정당`을 만들었지만 녹록지 않은 대선 상황.

`행장취목`(行將就木)의 마음가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대선판에 직접 몸을 담근 `킹메이커` 이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친노`와 `친문`을 잡아당길 수 있는 `상왕`으로 다시 한번 `킹`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을지, 반대쪽에서 비하하듯 `해골찬`의 허망한 몸부림으로 끝날지.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충분히 될 듯하다.

유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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