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애 시인
송은애 시인

"여기 대전총국인데요, 훈련부장님이세요?" "그나저나 스마트폰 집에 두고 가셨는데 건물에 입장이나 하겠어요, 어쩌죠?"

부지런 떨며 나간 훈련부장 찾는 전화를 받고 나눈 대화였다. 서대전마라톤클럽 32명의 마라토너들이 정성을 다해 모은 성금을 들고 대전일보 빌딩 9층 사무실에 있는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한 훈련부장은 건물입구에서 스마트폰을 두고 왔다는 것을 안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단다. 그래도 체온 체크와 방명록을 작성하는 등 `희망 나눔 캠페인` 성금 전달의 방문 목적이 이미 체크됐기에 무난히 성금은 전달할 수 있었단다.

성금 전달 후 식사 시간이 돼 식당 문턱에서 제지를 당하다 보니 일행이 내게 카톡을 보내왔다. QR코드 사진 찍어 보내란다. 급한 대로 사진을 찍어 보낸 후 조용한 것을 보니 통과된 모양이다. 연락이 없으니 식사는 했나 보다 하는데, 또 카톡이 울린다. 이번엔 방역패스 QR 코드를 보내란다. 그러고 보니 캡처가 되지 않았다. 한 가지 또 배운다. 사진을 찍어 동행한 부회장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 때 옆에서 웃으며 아들이 말한다.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 없이 어디를 가요?" 빈정대듯 "나한테 매일 폰 들고 뭐하냐고 혼냈지요?" 사실 나도 그랬었다. 조금은 무안했다.

참 웃기는 세상이 됐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참변!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 현상이 종식돼도 바뀐 문화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들은 젊은 세대답게 이야기한다. 한동안 우리 문화가 IMF 전·후로 달라졌다고 했는데, IMF가 사라진 지금의 상황은 세계적인 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스마트폰 강의와 ZOOM회의 등 비대면시대가 오래갈 것 같다는 아들의 말에 민망해하며 스마트폰 없이 친구도 가족도 제대로 만나기 힘드니 방구석에서 독서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의 열매도 스마트폰 없이는 열매도 맺지 못하는 시대에 "스마트폰 없이 어딜 가?" 체험학습을 치른 것 같다. 앞으로도 스마트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세상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반추하며 동지 지나 노루꼬리만큼 늘어난 낮이 제법 추위를 잊게 하는 정월 끄트머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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